[우리아이 어떡하죠?]최윤진/성장기 탈출구로 춤에 열광

  • 입력 1999년 11월 7일 20시 05분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이 체험을 바탕으로 쓰는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10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는 청소년보호위원회(02―735―6250)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요즈음 청소년들의 이미지를 그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 중의 하나가 헐렁한 힙합 패션에 현란한 춤을 추는 모습일 것이다. 이제 그만큼 춤은 청소년들의 일상적 삶에 깊고 넓게 자리를 차지해가고 있다.

춤추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최근 H.O.T. 등 유명 댄스 음악 그룹의 청소년 열성팬들이 보여준 실신 자살 등 일련의 소동은 어른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청소년들은 왜 그토록 춤에 열광하고 또 춤추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청소년기는 이른바 성장 폭발기로 불릴 만큼 일생에서 가장 많은 신체적 변화를 급격하게 겪는 시기이다. 이로 인해 항상 심리적 정서적 혼란과 불안이 내재된 시기라고도 볼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입시지옥에 갇힌 채 혈기 왕성한 청소년기를 보내야 하는 한국 청소년들이 느끼는 심리적 억압과 스트레스는 마치 곧 터질 풍선처럼 매우 불안한 수준이다.

비록 부모 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풍요롭게 살아가지만 극심한 경쟁 속에서 그들이 느끼는 삭막한 소외감 고독감은 훨씬 증폭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답답한 현실을 잊거나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구를 찾으려는 몸짓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요즈음 청소년들에게 춤은 억눌린 현실로부터의 비상구와 안식처 역할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내재된 ‘끼’와 잠재 에너지들을 분출시켜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격렬한 움직임과 동작으로 연속되는 요즈음의 힙합, 테크노 댄스 등은 지루하거나 따분한 것을 못 견뎌하고 즉흥적인 청소년들의 감각이나 취향에 잘 맞는 것 같다.

청소년들의 춤추는 모습이 간혹 어른들에게 퇴폐적이거나 광란적으로 비치며 혐오감을 느끼게 할지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춤과 댄스는 나름대로 청소년들의 취향과 욕구를 함축하는 건강한 놀이문화이다. 나아가 상상력과 창작력 등 자기계발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창조적이며 생산적인 예술활동일 수 있다.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춤 문화를 경시하고 규제할수록 도리어 음성화되어 어둡고 퇴폐적 양상으로 변질되어갈지 모른다. 물론 춤을 즐기는 청소년 입장에서도 단순히 유명연예인의 모방이나 즉흥적 기분풀이 수단으로서의 춤이 아닌, 춤을 자신의 정열을 쏟고 부단한 노력을 통해 보람과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창조적 문화 예술활동으로 고양시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청소년 춤이 최근에는 학교의 방과후 특별활동 과목으로 채택되는가 하면 집단 수련활동에서도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최윤진(중앙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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