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3가지 母性論]교육론-보호론-자유론

  • 입력 1999년 11월 8일 19시 16분


세간에서는 감각적인 ‘성’ 담론이 무성하지만 학계와 여성계에서는 ‘모성’ 담론이 진지하다.

성과사회연구회는 최근 모성에 관한 연구성과를 모은 책 ‘모성의 담론과 현실’(나남출판)을 펴냈다. 연구회 심영희회장(한양대 사회학과 교수)은 “여성으로서 한국적 현실속에서 학문과 가정을 동시에 꾸려나가야 하는 연구자들의 가장 절실한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모성에 대한 연구는 ‘모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주는 ‘희생’과 ‘피억압’의 이미지 때문에 여성학 연구자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60년대까지는 서구에서도 ‘모성’의 문제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서구에서 ‘모성’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국내에서는 90년대 초부터 조금씩 관심이 나타나지만 본격적인 관심은 90년대 중반에 이루어진다.

▼희생-자아실현서 고민 ▼

한국사회에서 모성론은 여성운동의 전개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부산대 여성연구소 문소정전임연구원은 한국에서의 모성담론을 모성교육론, 모성보호론, 모성자유(선택)론으로 분류한다.

모성교육론은 개화기부터 여성운동과 함께 개발돼 온 담론이지만 민족독립의 긴박한 요구 앞에서 주로 민족의 독립과 발전을 위한 개명 현모양처 교육론으로 한정됐다. 서울대 대학원의 황정미와 가와모토 아야(川本 綾)는 현모양처론이나 부녀정책이 개화기 이래 산업화 시기까지 조선과 일본의 여성에게 사회와 국가의 목적에 따라 여성을 통제하는 도구로 사용돼 왔다고 지적한다.

모성보호론은 월경, 임신, 출산, 수유, 육아 등 모성기능에 대한 보호를 다룬다. 80년대까지는 주로 모성기능에 대한 보호를 주장했지만 90년대 중반부터는 직장에서 남성과 똑같은 대우를 받기 위해 보호보다 평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모성자유론은 여성과 모성의 관계가 자연적 필연적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모성을 여성에게 부과된 일종의 사회제도로 파악하고 나아가 모성을 가부장적인 사회의 재생산 논리로 규정하여 모성혐오나 모성극복으로까지 나아간다. 그러나 지나친 과격성으로 여성계 자체내에서도 이론이 많았으며 호응도 크지 않았다.

80년대부터 기혼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자기희생적 ‘모성’과 자아실현적 ‘여성’사이에서 한국여성들은 심각하게 고민한다. 특히 90년대부터는 고학력 고임금 직종에 기혼여성들이 진출하면서 일과 양육 사이의 고민과 방황은 더욱 심화된다. 하지만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신경아 상임연구원은 사례연구를 통해“그들은이미자식과 자신을 동일시하라는 이념적 요구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감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양육등 다각적 해결" ▼

이처럼 모성의 문제는 여성들에게 자녀의 양육이냐 여성의 권리냐 라는 식의 이분법을 끊임없이 강요해 왔다.

어머니가 자녀양육을 회피할 경우 치러야 할 재정 사회 심리학적 대가가 아버지의 경우에 비해 너무 크기 때문에 전업주부든 취업주부든 과중한 부담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이연정연구원은 그 해결책으로 “개별 가족내에서 양육의 책임을 부모가 분담하려는 노력뿐 아니라, 이를 학교에서 가르치고, 직장에서도 실천하며, 국가가 이를 지원해 나가는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