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작지근한 이들의 미성(美聲)이 담긴 3집은 발매 1주일 만에 ‘낙하산 타듯’ 각종 인기 차트에 연착륙했다. 지난주 신나라레코드사가 집계한 앨범 판매 순위에서는 조성모에 이어 단번에 2위로 뛰어올랐다.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내심 50만장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다(19) 유진(18) 슈(18)로 구성된 ‘S.E.S.’는 97년 11월 데뷔, 경력만으로는 또래 걸그룹 중에서는 ‘언니’축에 든다. 그러나 3집은 섹시함을 내세우는 요부형 ‘후배’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소녀풍의 순수함을 보다 강화한 느낌이다.
2집에서 일본 등 해외진출을 위해 성인 취향의 유로팝을 일부 접목시켰으나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것도 이런 전략의 원인(遠因)이 됐다.
그래서 타이틀곡 ‘Love’가 R&B(리듬 앤 블루스)에 힙합을 가미한 ‘뉴질 스윙’을 표방했지만, 이들의 음악은 그저 솜사탕같다. “…맑은 첫사랑의 느낌…/…꿈같은 시간, 변함없는 사랑만을 내게 줄게. 우리 약속을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마치 1집의 ‘I’m Your Girl’처럼 꿈꾸는 듯한 몽롱함은 “어서 나를 데려가, Babe∼”(‘Get Up’)하는 ‘베이비 복스’류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또래 중 손꼽히는 가창력을 지닌 바다의 끈적이는 목소리에 유진과 슈의 상큼한 보컬이 잘 어우러졌다.
후속곡으로 꼽힐 만한 수록곡인 ‘I’ve Been Waiting for You’(당신을 기다려왔어) ‘샤랄라’ ‘Sugar Baby’(달콤한 그대) 등도 비슷한 성향.
짙은 노란색으로 물들인 머리에 치장한 갖가지 악세서리, 고대 그리스의 여신을 연상시키는 의상 등은 화려하지만 결코 야하지 않아 3집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듯하다.
이들은 노래(12곡)보다 많은 15개의 트랙에 첫사랑 이야기 등 자신들의 사담(私談)을 토크 형식으로 담아 ‘경륜’에서 오는 여유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한편 수록곡 중 ‘Blue Sky’의 영어 가사 일부가 일본 록그룹 ‘X 저팬’의 히트곡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PC통신에서 일고있어 이들의 활동 재개 초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팬이 보낸 편지에 있는 글을 별 고민없이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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