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유리막으로 가려져 있다고 해도 석굴암은 실물로 감상해야 한다.”
지난해 경북 경주 불국사는 제2석굴암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2석굴암 얘기가 나온 것은 석굴암 본존불 앞에 유리 차단막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 현재는 유리 밖에서만 감상해야 한다.
유리막을 만들어놓은 것은 물론 석굴암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불국사측은 “석굴암 관람객 참배객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제2석굴암을 만들어야 한다. 유리 차단은 예불 대상으로서의 본래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건설비용 등의 문제로 제2석굴암 추진이 일단 중지된 상황. 하지만 “여건이 마련된다면 제2석굴암을 만들 수 있다”는 불국사 관계자의 말처럼 언제든지 다시 추진될 수 있다.
제2석굴암은 과연 필요한 것인가.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강우방 국립경주박물관장의 설명. “석굴암은 종교 정신적 경외의 대상이자 그것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예술품이다. 그래서 실물을 감상해야 한다. 아무리 모양과 크기가 똑같다해도 모형으로는 감동을 전할 수 없다. 석굴암은 지금의 그 자리에 있을 때, 존재 가치가 있는 법이다.”
숭고하고 장엄한 아름다움, 신성한 종교적인 분위기…. 이같은 문화 예술적 특성상 석굴암은 현위치에서 감상해야 한다는 말이다.
유물이나 유적의 복제품은 훼손될 우려가 높거나 여러 곳에서 전시를 해야할 때 제작한다. 그러나 복제품 제작은 최소로 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현장’과 ‘실물’이다. 그래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언제 다시 터져나올지 모를 제2석굴암 논란. 그러나 그에 앞서 고민해야 할 일이 있다. 어떻게 하면 석굴암을 제대로 보존하면서 동시에 찾는 이에게 살아있는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유리막과 그 앞의 목조 전실(前室)을 그대로 둘 것인지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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