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경영핵심/국내상황-대응책]'싸구려 취급'

  • 입력 1999년 11월 10일 19시 59분


‘제품성공의 열쇠는 80%가 디자인’(필립스)

‘굿 디자인 이즈 굿 비즈니스’(IBM)

‘새로운 디자인,매력적인 디자인, 질 높은 디자인’(소니)

세계시장에서 굳건한 위치를 다진 선진 기업들은 ‘디자인’을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간주한다.

도산 위기에 몰렸던 미국 애플사를 건진 구세주 iMac 컴퓨터의 히트 비결도 성능보다는 소비자 감성에 호소한 독특한 디자인에 있었다.

기업에게 디자인이란 단순히 ‘보기 좋은 모양’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내 좋아할 만한 상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제품 생산과정의 ‘A부터 Z까지’다.

세계시장에서 힘겨운 경쟁을 벌이는 한국 제품의 활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제품의 품질 기능 위주로 성장해온 한국 기업들에게 디자인은 21세기 국제경쟁력의 키워드인 셈.

◆매출액 대비 투자 빈약

▽디자인 열등생〓국내 무역실무자들이나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상품은 기능과 품질면에서 뛰어난데도 디자인 분야에선 많이 뒤처진다”고 입을 모은다. 비슷한 품질이라도 디자인 때문에 싸구려 취급을 받기 일쑤. 안경테의 경우 한국산의 가격을 100으로 할 때 이탈리아는 258 일본은 370이나 된다.

우리나라의 디자인 경쟁력은 어떤 수준일까. 산업디자인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디자인경쟁력을 100으로 할때 선진국은 140. 한국은 경쟁상대국인 대만 싱가포르 홍콩에도 떨어지는 ‘디자인 열등생’이다.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에 대한 빈약한 투자. 올해 국내 제조업체는 작년보다 46.1% 늘어난 3조80억원을 디자분야에 투자할 전망이다. 매출액의 0.34%에 해당한다. 영국의 경우 디자인개발 투자비는 매출액의 2.6%에 달한다.

◆소비자 구매결정 좌우

▽디자인이 제품구매 결정〓공급자 중심의 대량 생산방식은 이제 소비자 욕구가 반영된 고품질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로 넘어가는 추세. 따라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산업디자인진흥원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제품구매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52%가 디자인을 꼽았다. 품질(22%)과 가격(14%)을 압도하는 수치다.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 거래에서도 디자인은 구매의 결정적 요인이다.

제품을 직접 만지거나 작동해볼 수 없는 사이버쇼핑몰에서 소비자는 디자인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짓기 마련.

디자인은 적은 투자로 큰 성과를 내는 ‘고수익 투자’이기도 하다. 기술개발에는 평균 2∼3년이 걸리지만 디자인 개발은 6∼9개월이면 된다.

같은 금액을 투자했을 때 기술개발은 5배의 투자효과를 내는 반면 디자인개발은 22배의 효과를 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실무와 연계교육 시급

▽숫자는 많지만 고급인력은 부족〓한국의 디자인 전문인력 배출은 이미 세계적 수준. 그러나 고급 인력이 부족하다.

디자인 전문교수가 모자라고 단순 미술실기 위주의 교육 방식이 가져온 결과다.

전문가들은 “유럽처럼 마케팅과 엔지니어링 등 실무와 연계짓는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