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서 ‘사랑의 의원’을 운영중인 김태식(金泰植·47)씨 가족이 그 주인공.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는 96년8월 그동안 운영하던 소아과의원을 정리한 뒤 평소 꿈꾸던 의료선교활동을 위해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인도네시아로 날아갔다.
그러나 현지에서 큰아들 유성군(17)이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확인한 뒤 4년간의 체류계획을 포기하고 5개월만에 귀국했다. 귀국 당시 김씨가족은 모교인 고려대를 방문해 시신기증을 약속했다.
당시 회복이 힘들 것으로 보였던 유성군도 기꺼이 김씨의 뜻을 따랐다. 올해 5월 유성군은 3년여간의 투병끝에 숨졌고 그의 시신은 병원측에 기증됐다.
유성군에 앞서 올해 3월 노환으로 숨진 김씨의 부친도 숨지기전 “아들의 뜻에 동참하겠다”고 밝혀 시신을 병원측에 기증했다.
김씨는 현재 감호소의 마약중독자들을 치료하거나 무료 성교육을 진행하는 등 사회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부인 이재고(李在高·41)씨도 유성군 사망후 고려대병원에서 암 치료중인 환자들의 가족모임인 ‘무지개 사랑회’를 결성해 회장을 맡아 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다.
김씨는 “우리 부부도 아버님과 유성이의 뒤를 이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는 11일 오후 3시 이 대학 의과대 감은탑(感恩塔) 앞에서 올들어 시신을 기증한 28명의 성명을 이 탑에 등재하고 그 넋을 기리는 행사를 가졌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