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대학이 망해야…' 김동훈교수

  • 입력 1999년 11월 12일 18시 29분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 김동훈 지음/바다출판사 펴냄/279쪽 8000원▼

“하도 답답해서 썼습니다.” 대학 안팎으로 논란이 될 이런 책을 왜 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동훈교수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김교수의 이력은 매우 다채롭다. 학부는 사립대학인 경희대를 나와 외무고시에 합격해서 관료생활도 조금 했고, 석사학위는 국립대인 서울대, 박사는 독일 쾰른대에서 받았으며 짧지만 강사생활도 거쳐, 11년째 교수 생활. 이런 이력 때문에 문제의식도 다양해졌고 각 부문의 문제에 대해서 자신있게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김교수가 주장하는 대학개혁의 핵심은 재벌식 대학경영의 해체와 교수직의 경쟁체제 도입이다. 규모만 커진 대학을 해체하여 직업교육은 직업전문학교로, 예체능계는 분야별 전문학교로, 응용학문은 기업의 지원으로, 순수학문은 정부의 투자로 운영하여 영역별로 경쟁하게 하자는 것이다.

“교수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하려 하면서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얘기하기 때문에 교수 수급문제도 해결이 안 됩니다.”

소수의 능력 있는 교수들에게만 정년을 보장하고 나머지는 능력에 따라 일반교수부터 시간강사까지 다양한 조건으로 경쟁시켜야한다는 주장이다.

대학의 서열화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의 ‘신분질서’와 연관해 비판한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의 서열화가 바로 철저한 신분사회인 우리 사회의 구조를 유지시키고 신분사회의 이데올로기를 확대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은 우리 사회의 진보를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발목을 붙들고 변혁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비판과 개혁의 구체적인 근거와 대안이 없는 한 교수의 주관적인 푸념으로 보일 우려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데이터보다는 문제의식과 개혁방향의 제시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제까지 대외적 발언과 행동을 삼갔다는 김교수는 “기왕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상 앞으로 대학개혁에 관한 모임이나 토론회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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