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독일 콘스탄츠대에서 심리학 문학 등을 공부했다. 미국과 독일 잡지에 칼럼을 기고중.》
‘개츠비’는 파티를 마련해 데이지가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체홉의 ‘세 자매’는 모스크바로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인공들은 속절없이 미국행 비자를 기다리고,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고금의 예술작품을 인용하며 인간이 가진 ‘기다림’의 다양한 형태를 들여다보고 그 철학적 심리학적 의미를 조명한 책.
기다림의 상태는 시간의 정상적인 흐름을 ‘무효’로 만든다.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시간의 느낌도 달라진다. 기대는 바로바로 충족되었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잡는 순간 그것은 비눗방울처럼 꺼져버린다. 알고 보면 기다림이야말로 삶을 지탱해준다.
저자는 기다림이 가진 가능성을 이용하라고 권한다. 기다림은 사람들을 의무감에서 해방시키며 ‘무엇을 하든지 괜찮다’고 보장한다는 것. 연착하는 기차를 기다리거나 무대의 막이 열리기를 기대하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사물에 대한 사색의 시간을 갖도록 그는 충고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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