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오락이 아니라 산업이다.”
스포츠광을 자처하는 경제학자가 스포츠에서 풀지 못한 한을 스포츠의 경제학으로 풀겠다며 스포츠 마케팅에 관한 책을 펴냈다. 저자는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
박찬호 박세리 이승엽 중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선수는 누구인가? 답은 ‘이승엽’. 연봉으로 따지면 가장 적게 받는 이승엽의 영향이 가장 큰 이유는 뭔가?
“이승엽이라는 상품은 프로야구라는 스포츠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각종 기념품 제작) 금융업 보험업 유통업 출판업 정보통신업 등 거의 모든 산업의 발전을 가져와 궁극적으로는 국민경제에도 적잖이 기여한다.”
이승엽이 엄청난 슈퍼스타로 성장한 것은 박찬호와 박세리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지만 경제적 파급효과 면에서는 국내에서 직접 활동하는 이승엽이 오히려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두 사람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스포츠의 면면을 경제학의 논리로 바라보며 스포츠 육성책과 돈벌 방법을 함께 생각한다. 한국축구가 일본축구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관치경제’가 ‘시장경제’에 패배하는 현상을 읽어낸다. 그렇다면 축구를 비롯한 한국 스포츠산업이 시장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뭔가?
“가장 시급하고 간단한 방법은 축구를 포함한 모든 ‘보는 스포츠’를 법제상 독립된 산업으로 분류하는 일일 것이다. …스포츠도 산업인 이상 선수(상품)의 육성이 ‘교육’이라는 틀에서보다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민간 자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스포츠도 자본의 논리에 따라 경쟁하며 자생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포츠가 산업의 일부임을 설명하기 위해 자동차와 축구를 비교한다.
“경기는 자동차에 해당하고 선수와 심판은 노동자에, 축구공은 타이어와 부품에, 그리고 경기장은 공장에 해당한다. …축구장에서 경기라는 상품이 생산되는 것이나 자동차 공장에서 자동차라는 상품이 생산되는 것이나 기본적인 원리에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생산이란 기업이 생산요소를 투입하여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자동차와 축구경기의 생산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마케팅에서도 기본적으로 다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에는 두 가지가 있다. ‘스포츠 자체의 마케팅’과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이다. 주로 ‘스포츠 자체의 마케팅’에 주목하는 저자는 스포츠 상업주의를 비판하기보다 스포츠를 산업으로 육성함으로써 스포츠가 경쟁력을 가지고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스포츠 팬과 스타, 생활체육, 에이전트 등 스포츠 산업화의 주요소들을 분석한다.
하지만 그의 마케팅 전략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결론을 맺는다. 선수에서부터 심판, 감독, 마케팅 담당자들까지 일단 스포츠를 사랑해야 재미를 가지고 일에 임하며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309쪽, 9000원.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