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선의 책꽂이]'21세기 여성상' 제시해줄 옛여인들의 삶

  • 입력 1999년 11월 12일 18시 29분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이배용외 지음/청년사 펴냄▼

새 천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전광판의 숫자는 하루하루 줄어만 간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한 해, 그리고 이어지는 21세기의 여러 해를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 상업적인 행사에 들떠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아니면 어떻게 다른 삶을 살아나가야 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생각은 과거를 짚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왜냐하면 현재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귀중한 정보가 바로 과거에 있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여성 시대의 도래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바람직한 21세기는 여성의 시대이기보다는 인간의 시대, 남성과 여성이 조화를 이루며 도덕성과 가치관을 존중하고 실천해 나가는 밝고 희망찬 시대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구축은 대단한 구호나 정책에서 비롯되기보다는 우리의 생활을 지혜롭게 이끌어 나갈 때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를 읽다보면 여성의 아름다운 슬기, 우리들의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할머니들의 지혜를 읽게 된다. 우리들의 할머니는 정치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였다.

요즈음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킨다며 여러가지 제도와 정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사실 옛날의 여성은 오늘날의 여성보다 훨씬 지위가 높았던 부분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딸이 친정의 제사를 지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아들과 같은 양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었던 시대도 있었다.

또한 여러가지로 제약이 많았던 여건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의 우리 할머니들은 지적인 활동을 활발히 하여 문화적 업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깊은 심지와 강한 인내로 시대를 열어 갔음을 엿볼 수 있다.

단지 요즈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이러한 업적을 드러냄없이 일상 생활 속에서, 가정 안에서 이루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오늘이 과거보다 반드시 더 낫거나 발전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21세기에 보다 나은 삶의 틀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우리는, 현재 무슨 생각과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밀레니움을 준비하여야 하는 것일까?

한정선(이화여대 교육공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