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속시간보다 일찍,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들어선다.핼쑥해 보이는 얼굴. 추운듯 군청색 점퍼로 온몸을 휘감고 있다. "살이 자꾸 빠져서 걱정이에요.” 작가 윤대녕이다.
★코카콜라 애인★
그의 네번째 장편. 96년 하반기 PC통신 하이텔에 연재했던 ‘나는 카메라다’를 전면적으로 개작했다. 세계사 펴냄.
“3년 동안 사회와 내면의 변화를 반영하려다 보니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됐어요. 신작을 쓰는 것 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나, 오미향, 장진화★
‘코카콜라 애인’의 세 주인공. 방송작가인 ‘나’는 2년전 알게 된 장진화와 메일을 주고받는 사이다.잠시 소식이 끊어진 뒤 그녀는 결혼했다는 소식을 알려온다.
‘나’는 어느날 방송사 PD 김현필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증인으로서 ‘고의사고였음을 밝히라’는 경찰의 추궁에 시달리게 되고, 김PD와 내연의 사이인 오미향을 알게 되는데….
★잃어버린 반쪽?★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존재에서 뭔가 빠져나가 있다는 결핍감에 시달린다. 오미향은 ‘두개의 생의 공간이 존재’한다며 두 삶을 일치시키려 애쓰고, ‘나’는 사고를 당한 후 벌거숭이 아이가 자기 속으로 들어오고자 한다는 환상을 갖는다. 장진화는 아이가 ‘나’의 분신이라고 알려준다.
“처음엔 도시적 삶 속에서 개인의 고립 문제를 다뤄 보고자 했지만, 개작하면서 ‘자아 찾기’를 향한 주인공들의 탐색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90년대는 사람마다 사회적 자아와 본질적 자아가 분리돼 있다는 고통을 겪은 시대였지요.”
★만족하나?★
“지금까지 쓴 장편들이 단편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서사(줄거리)를 치밀하게 엮는 데 많은 신경을 썼고 주인공의 성격규정에도 공을 들였지요.”
★제목의 의미?★
김PD와 오미향 등은 서울 여의도의 카페 ‘코카콜라 클럽’에서 코카인을 흡입한다. 콜라병 모양은 여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시대를 규정하는 문화적 기호지요. 시대가 갖는 중독성과 강력한 전염성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작가는 쉴 틈 없이 새 장편을 구상 중. 2000년대 새로운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계학(關係學), 사회와 개인의 긴장을 다룰 예정이다.
“시간이 갈수록 문학은 사람에 관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주는 성숙함이 작품에 더 묻어났으면….”
유윤종<동아일보 문화부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