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건강특집]필름 자주 끊기면 '알코올중독' 우려

  • 입력 1999년 11월 19일 10시 10분


술꾼과 그 주변사람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주사(酒邪).

술마신 다음날 술자리를 같이 했던 동료로부터 지난밤의 추태를 듣는 것도 고역.

회사원 김모씨(37)는 최근 술에 취해 목욕탕에 갔던 것까지는 기억났지만 그 다음은 ‘필름 절단사고’.

다음날 아침 출근해 동료들의 눈빛이 야릇해 은근히 걱정됐는데 지난밤의 얘기를 듣고 아연 실색하고 말았다. 알몸으로 목욕탕을 뛰쳐나갔다가 동료와 목욕탕 직원들에 끌려 간신히 들어왔다는 것. 그는 회사를 계속 다녀야할지 고민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알코올은 신경자극제가 아니라 신경억제제다.

뇌는 평소 감정을 적당히 조절하는데 알코올은 이 조절기능을 억제하는 것. 따라서 술에 취하면 울거나 실언을 하거나 또는 난폭해진다.

뇌는 부위마다 독특한 기능이 있고 서로 연관작용을 한다(그래픽 참조). 알코올이 어느 부위에 더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주사가 달리 나타난다. 사람마다 취약한 곳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일정한 주사를 보인다.

한편 필름 끊기는 것은 일종의 ‘램 에러’. 변연계의 해마에서 신호 전달 메커니즘이 고장나 단기 입력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으로 움직이므로 뇌가 저장된 정보를 꺼내고 사용하는데는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뇌에 기억이 아예 입력되지 않았으므로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그때’를 기억할 수는 없다.

필름이 끊긴다고 곧 알코올중독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술을 마실 때마다 필름이 끊기는데도 술을 계속 마시면 알코올중독.

또 필름이 계속 끊기면 비타민B의 일종인 시아민이 부족해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필름이 끊기는 ‘베르니케―코르사코프 뇌증’에 걸릴 수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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