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성한의 ‘고려 태조 왕건’(행림출판·전6권), 소설가 최범서의 ‘고려 태조 왕건’(동방미디어·전3권), 드라마작가 신봉승의 ‘왕건’(해냄·전3권).
왜 왕건인가.
한 출판사는 “새로운 밀레니엄과 통일시대를 앞두고 1000년 전 한반도를 통일한 왕건의 삶을 들여다보려 했다”고 그 취지를 설명한다. “조선사에 집중된 관심을 고려까지 확산시키겠다”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시류에 편승하려한다는 비판.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이들 왕건 소설은 KBS 드라마 ‘태조왕건’의 방영을 얼마 앞둔 시점에 출판됐다.
특히 최근 ‘태조 왕건’ 촬영세트의 상량식이 눈길을 끌자 그 분위기를 판매에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한 사람의 영웅에 초점을 맞춰 그것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역사를 서술한다는 점에서 역사를 과장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처럼 TV드라마의 인기를 활용하려는 출판사의 전략은 ‘용의 눈물’의 전례가 있기 때문.
96년 봄에 출판된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들녘)은 ‘용의 눈물’의 인기 덕분에 최고의 베스트셀러 지위를 구가했다.
지금까지 81쇄를 찍어 100만부가 넘게 나갔고 아직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 스테디셀러가 된 것은 역사에 관한 나름대로의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방송의 인기가 곧 출판 특수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