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우리 옛건축과 서양건축'

  • 입력 1999년 11월 19일 19시 40분


▼'우리 옛건축과 서양건축' 임석재 지음/대원사 펴냄▼

장중한 기와지붕에 날렵한 처마선. 몇걸음 옮기면 직선은 어느새 은근한 곡선으로 변해 있고. 직선과 곡선의 완벽하고도 경쾌한 조화. 보는 각도에 따라 끊임없이 연출되는 변화무쌍…. 이것이 우리 전통 건축의 멋이다.

서양 건축물은 다르다. 고딕 건축물의 경우 성당은 극단적인 수직, 오직 직선일 뿐이다.

수덕사 대웅전과 프랑스 리옹 공항. 모두 골조를 밖으로 노출시킨 건물들이다. 그러나 수덕사 대웅전이 여인의 은근한 자태를 연상시키는 고도의 은유적 표현이고 리옹공항은 인체의 역동적 움직임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의 전통건축이 자연적 은유적이라면, 서양 건축은 인공적 직설적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이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서양건축도 자연적 은유적인 표현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 건축과 서양건축을 비교하면서 차이점과 공통점을 찾아낸다. 이화여대 건축과교수인 저자는 지붕과 처마, 나무와 기둥, 돌과 담, 길과 여정, 대칭과 비대칭 등 18개의 아이템으로 나누어 차분하게 비교해나간다.

그러나 한국 건축이 일방적으로 우수하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두 건축 사이에 공존하는 공통의 고뇌를 읽어낸다. 그래서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을 더욱 객관적이고 풍요롭게 해준다.

이어지는 저자의 설명. 우리 건축물의 지붕은 ‘비상하는 새’의 모습으로 비유되곤 한다. 이런 모습을 서양 건축물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의 TWA청사가 그것이다. 핀란드의 건축 역시 자연을 살린 곡선지붕의 전통을 이어왔고 한국의 처마곡선에 버금갈 정도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자연과 원시성을 지향했던 18세기 영국의 픽처레스크 건축운동도 눈여겨 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소리 높여 주장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비교해 보여줌으로써 한국 건축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자연미 은유미 곡선미가 왜 아름다운 것인지를…. 384쪽, 1만5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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