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연구회 세미나]'동서양 학문관과 사유방법'

  • 입력 1999년 11월 22일 20시 15분


《2000년대 학계의 과제는 한국의 전통과 현실에 기초한 학문방법론을 정립하는 문제일 것이다. 90년대 이후 우리 학계는 광복 후 50년이 넘는 서양학문 수용의 역사를 정리하고 새 세기에는 새로운 학문적 풍토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일 철학연구회가 마련한 ‘동서의 학문관과 사유방법’이란 주제의 학술회의에서는 동서양의 다양한 학문방법을 근본적으로 비교 검토하며 바람직한 학문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수양과 체계〓서양의 근대적 학문은 ‘논리정연한 체계’를 중시하고 동양의 전통적 학문은 ‘수양으로서의 학문’을 중시한다.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독서라는 학문행위는 문화적 전통과 새문화의 창조, 자연의 진리와 인간의 윤리를 이어주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모든 학문행위의 기초가 되는 독서를중심으로 하는 인문학은 체계로서의 학문과 수양으로서의 학문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학문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서강대 강영안·정신문화연구원 최진덕교수)

▽주석과 비판〓일반적으로 동양의 학문은 ‘주석’에 기반을 두고 서양의 학문은 ‘비판’을 원동력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주석/비판’ 이분법은 한국 인문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호도하고 서양학문의 지속적 우월성과 지배권을 방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한 문명권에서 발전한 학문의 경우 적어도 ‘주석/비판’이라는 양분법 차원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중국의 정통 유교학문인 경학(經學)의 역사를 보더라도 실증적이고 비판이 자유로웠던 시대에 주석이 풍부했다.(동국대 홍윤기·안동대 안병걸교수)

▽직관과 논증〓서양에서의 앎은 ‘설명을 수반하는 논증’의 형태로 표현되고 동양의 앎은 ‘실천을 동반하는 직관적 경험 혹은 체험’의 형태로 표현된다고 한다. 그러나 동양의 직관적 앎이나 서양철학의 논증에 관여하고 있는 직관은 모두 ‘유비적(類比的)으로’(유추를 통해) 배울 수 있고 유추를 통해 합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질적이지 않다. 물론 유비에 의한 발견이나 설명은 다른 논증의 방식보다는 약한 논리구조를 갖는다는 점은 인정된다.(서강대 정재현·한양대 서정신교수)

▽노장철학과 해체론〓노장철학과 해체론은 다같이 다양성의 존중, 차이의 인정, 반본질주의, 반목적론, 생성론, 변화의 중시 등에서 유사하다. 서양철학은 해체론을 발판으로 동양으로 다가오고 동양철학은 노장 덕택에 서양의 첨단에 손을 내밀 수 있다. 노장은 해체론을 통하여 미래화될 수 있고 해체론은 노장과 더불어 탈서양의 꿈을 이룰 수 있다.(서울대 김상환·서강대 최진석교수)

〈김형찬기자·철학박사〉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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