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기술도 예술이다!

  • 입력 1999년 11월 26일 18시 48분


▼ '기계의 아름다움' 데이비드겔런터 지음/현준만 옮김/해냄 펴냄/233쪽 8000원 ▼

“먼훗날 고고학자가 이 댐을 발견한다면 이 아름다운 곡선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을 걸세.”

물리학자 파인만은 후버댐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곡선은 단순했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더 세지는 수압을 견디기 위해 하단부를 넓혀놓은 것 뿐. 무엇이 그로 하여금 경탄을 이끌어 낸 것일까.

“물체의 자연스러운 형태가 그 기능과 완벽한 조화를 이룰 때 그것은 예술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우리에게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른바 기계미(Machine Beauty)에 대한 통찰이다.

▼ 기능과 형태의 행복한 결합 ▼

유선형 차 디자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 자연스러운 형태가 경탄을 자아냈다. 이는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만든 창문, 전면, 지붕, 미러의 모든 디자인 요소를 총합한 것이었다. 그 형태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한다’는 기능성과 완벽한 조화를 이룸으로써 경탄할 만한 아름다움으로 완성됐다.

저자는 ‘힘’과 ‘단순함’이라는 두 요소가 행복하게 결합할 때 기계미가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수학적 증명이나 컴퓨터 소프트웨어 같은 무형의 지적 산물을 두고도 아름답다는 말이 가능할까? 그 또한 기계미의 범주에서 가능하다.

소프트웨어에서 ‘힘’이란 무엇일까. 회로를 적게 사용하면서도 빠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을 뜻한다. 단순하고 말끔하게 정돈된 상태의 프로그램이 소프트웨어적 의미에서의 힘과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컴퓨터는 이런 ‘기계미’의 추구를 통해 혁신돼 왔다. 저자는 애플 데스크톱의 핵심 아이디어에서 당시 ‘기계미’의 정수를 찾는다. 여러 가지 메뉴를 수용할 수 있는‘아이콘’의도입,풀다운 메뉴,잘 정돈된 시각적 풍부함은 힘과 단순함의 행복한 결합을 보여준다.

▼ 컴퓨터는 기계미의 정수 ▼

미래에 데스크톱을 대체하게 될 ‘아름다운’ 컴퓨터 시스템은 무엇일까. 겔런터는 인터넷의 도움을 받는 ‘라이프스트림즈’를 그 강력한 모델로 제시한다. ‘라이프스트림즈’를 사용하면 태어나 컴퓨터를 처음 사용한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문서를 불러내고 분류할 수 있다. 집에서 하던 작업을 내버려둔 채 곧바로 사무실에 달려가 작업을 계속할 수도 있다. 최소한의 시간으로 파일을 정리할 수 있고 원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조직할 수도 있기 때문에 ‘힘있고 단순하며 아름다운’ 컴퓨터의 미래상이 된다는 것.

저자는 예일대 컴퓨터 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예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233쪽 80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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