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그림동화 ‘황소와 도깨비’(다림)의 그림을 맡으며 그는 뿔도 없고 혹도 없는 우리 이야기속의 도깨비를 창조해냈다.
“사람한테 속을 만큼 어리숙한가하면 심술꾸러기고…. 우리 민담속에 묘사되는 도깨비들은 무섭지가 않아요.”
시인 이상이 남긴 동화 ‘황소와 도깨비’는 개에게 물려 신통력의 원천인 꼬리를 잘린 도깨비가 어느 노총각 농부가 기르는 황소 뱃속에 들어가 힘을 기른다는 이야기. 이상은 실제로 도깨비와 마주친 적이 있는 것처럼 ‘사람인지 원숭인지 분간할 수 없는 얼굴에 기름한 팔다리를 가졌고 까뭇까뭇한 살결과 우뚝 솟은 귀에 작은 꼬리까지 달려서 고양이 같기도 하고 개 같기도 하다’고 묘사했다.
“민속 연구자들 사이에는 한국 도깨비가 일본 도깨비와는 달리 뿔도 혹도 없다, 아니다 뿔이 하나 있다, 둘이다 같은 논쟁들이 계속되고 있는 걸로 압니다. 그러나 저는 도깨비의 국적을 따지는 일보다는 우리 마음속에 깃들여 있는 도깨비를 친근하게 형상화해 내는 데 더 관심이 있어요.”
동양화 전공의 한씨는 도깨비의 형상 외에 한국인에게 친근한 색을 찾는 일에도 열심이다.
“농기구 다리미 빨래방망이 같은 것들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오래가도 싫증나지 않고 정이 붙는 물건들이 생명력이 있는 것이니까요.”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