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10년만에 새 시집 2권 출간

  • 입력 1999년 11월 26일 18시 48분


‘나는 문득/외딴 마을의/빈집이 되고 싶다//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깔끔하고 단정해도/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한 채의 빈집’(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 싶다)

수녀시인 이해인(사진)이 특유의 맑고 해사한 시어(詩語)를 두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시집 ‘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 싶다’와 기도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열림원).

89년 ‘시간의 얼굴’ 이후 10년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

시인은 햇살과 바람, 꽃과 버섯으로부터 창조자의 섭리를 떠올리고,옆에 있는 벗을 대하듯 나직한 목소리로 ‘그분’에게 말을 건다. 자연히 ‘기도시집’과 ‘시집’ 사이에는 또렷한 금이 그어지지 않는다.

때로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일지라도/자꾸 가라앉지 않도록/나를 일으켜다오’(바람에게)라며, 바람을 채근하는 어두운 날도 있지만 시인은 ‘밥을 뜸들이는 기다림으로/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희망으로/내일의 식탁을 준비해야지’(쌀 노래)라는 다짐을 마음속에서 끌어내고야 만다.

“생각을 잘 익혀야 좋은 시를 쓸 수 있고, 삶을 잘 익혀야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숙할 수 있음을 새롭게 알아듣는 가을…. 글꽃들을 부족한 대로나마 곱게 엮어 사랑하는 이들에게 오랜만에 작은 선물로 바칠 수 있는 이 가을. 나는 새삼 행복하고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시인의 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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