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모였어요]네티즌 모임 '왕따탈출'

  • 입력 1999년 11월 26일 18시 48분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에 바닥에 떨어진 당신의 웃옷에 무수한 발자국이 찍혀 있다면, 교실에서 청소하는 중에 당신에게만 자꾸 먼지가 날아온다면, 복도를 지날 때 마주 오는 아이들이 자꾸 당신의 어깨를 세게 부딪치고 지나간다면, 당신이 바로 뒤에 있는 줄 알면서도 당신에 대해 욕을 한다면….”

인터넷 통신 넷츠고의 작은 모임인 ‘왕따탈출’의 한 회원이 게시판에 최근 올린 글이다.

왕따탈출이 만들어진 것은 왕따 문제가 한창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던 6월.

대표시솝인 김학일군(19·고3)은 “스스로 왕따를 당해본 적은 없지만 점차 심각해지는 왕따 문제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면서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회원수는 약 110명. 중고생이 80% 이상이지만 대학생과 회사원 회원도 있다.

왕따탈출은 왕따들만 모인 것은 아니다. 회원들 가운데 실제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사람은 약 20%.

김군은 “왕따를 당하는 심정을 공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며 “아무래도 왕따를 당했다고 스스럼없이 밝히기는 힘들기 때문에‘숨은 왕따’들도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주요활동은 통신모임답게 매주 한번씩 온라인상에서 열리는 정기 토론회.

다른 취미 동호회처럼 잡담하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매주 생활속의 주제를 찾아 토론을 벌인다.

토론의 주제도 ‘왕따를 당하는 쪽의 문제’‘선생님에게 대드는 학생들’ 등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묵직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왕따탈출은 앞으로 한단계 더 도약할 꿈을 갖고 있다. 왕따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학내폭력 체벌 등 학교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을 다룰 생각이라는 것.

“우리 모임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해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처받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서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는 작은 통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왕따같이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좋은 세상 만들기’를 꿈꾸는 왕따탈출 회원들의 바람이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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