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가볍고 만만하다. 그러나 꽉 차있다. 사람들은 보통 직장일을 고역으로 여긴다. 하나마나한 일을 하고 있다는 불만.
참신함도 없고 도전의욕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일을 몇년간 밥먹듯 되풀이하고 있다는 느낌은 정체와 퇴보의 불안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스트레스도 심하다. 특히 상사로부터 과도한 요구를 받거나 상사가 자신이 한 일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간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한 연구소에서 일하는 생물학자 게오르크 클라인은 자기 일을 좋아했다. 그러나 질색으로 여기는 일이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국제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자주 공항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고 또 하나는 연구비 지원 신청서를 작성하여 정부에 제출하는 일이었다.
두가지 일에 정력을 소비하다 보니 연구 자체도 즐겁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는 두 가지 일을 하나로 모으기로 마음먹었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연구비 지원 신청서를 쓰기로 했다. 최고급 휴대 녹음기를 샀다. 그리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연구비 지원 신청서에 들어갈 내용을 구술했다. 클라인은 이 일을 놀이의 경지로 승화시켰다.
모든 사람이 극적인 변신에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하는 일을 가치있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상황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관심을 기울이면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 삶을 바꾸는 위대한 발견으로 바뀐다. 마찬가지로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면 지긋지긋하고 넌더리 나는 일도 하고 싶은 환상적인 일로 바뀐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첫째, 무슨 일이 일어났고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명확히 이해하는데 관심을 기울여라. 둘째, 자신의 방식이 유일한 업무처리 방식이라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라. 셋째, 대안을 모색하여 더 좋은 방법이 나타날 때까지 실험을 계속하라.
창조적인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맞추어 간다. 깔려있는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면서 길을 만든다. 이 책은 놀이처럼 일에 몰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사례들과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난 권유와 차분한 설득력이 돋보인다.
구본형(변화경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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