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과연 21세기 세계 일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이들이 그 광활한 국토와 12억6000만 인구의 잠재성을 들어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 “노(No)”라고 말하는 책이 있다. “사람들의 생각처럼 그렇게 빨리 오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중국 경제는 파국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영국의 경제전문가인 저자는 중국 경제의 실체와 근본적인 문제점을 들춰내 가감없이 보여준다. 중국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펼치는 이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중국 경제가 현재 심각한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중국이 고도성장할 때, 경제 구조의 약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반면 성장이 둔화되면서 취약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국경제의 성장은 반(反)시장경제적 측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파산상태이면서도 정부 돈을 끌어다 부실기업에 대출해주는 은행, 경쟁력없이 방만하기만한 국영기업….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일종의 정경유착이다. 저자는 이를 ‘부패한 호황’이라 부른다.
이 대목에서 “그럼 국영기업이나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 매력적이다.
저자는 중국 경제가 하강국면을 지나 심각한 불황기로 접어들면,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난국의 시기엔 언제나 퇴영의 유혹이 있기 때문. 저자가 생각하는 중국의 퇴영은 쇄국이다.
또한 개혁은 동요와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안정을 희생하면서까지 개혁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욱 노출될 것이고, 자칫 한순간에 파국이 찾아올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우려하는 점이다. 물론 중국의 잠재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갈림길에 선 중국. 저자가 보기에 그 갈림길은 벼랑 끝과 같다. 중국은 지금 개방의 순간이자 쇄국의 순간이기도 하다.
만일 중국 경제가 파국에 이른다면 그것은 곧 세계 경제의 파국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전세계가 중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비록 벼랑 끝에 섰지만 중국이라는 존재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
저자는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동전의 양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낙관적인 한 면만을 부각했던 그동안의 안일한 시각에서 벗어나 이면까지 보여준다는 점에 이 책의 의미가 있다.
이 책에서 빠뜨릴 수 없는 또하나의 메시지. ‘지금까지 중국에서 돈을 제대로 벌고 있는 서구 기업은 거의 없다. 당사자들이 공개하고 있지 않을 뿐, 이것은 분명 사실이다’. 중국의 개방 이후, 중국을 노다지 쯤으로 여기는 풍토에 대한 비판. 우리도 귀담아 들을 내용이다. 이기문 옮김. 309쪽, 95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