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시민운동' 조대엽 지음/나남 출판 펴냄 ▼
“한국의 근현대사는 끊임없는 집합행동과 사회운동으로 이어진 역사다.”
“세계화와 지방화의 추세 속에서 국가의 영역은 점점 약화되고 국가가 많은 부분을 사회의 영역에 의지해 감에 따라 시민운동의 중요성은 점점 커진다.”
80년대 이후 규모의 성장에 비해 구체적인 연구성과가 빈약한 운동론 분야에 관한 연구서 두 권이 나왔다. ‘집합행동과…’는 집합행동과 사회운동의 여러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론서이고 ‘한국의…’는 주로 자원동원이론의 관점에서 한국의 시민운동을 분석한 책. 고려대 사회학과의 사제지간이기도 한 두 저자가 학문적 연계를 통해 이룬 사제간 학문재생산의 성과를 나란히 내놓았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집합행동과…’에서는 집합행동과 사회운동을 고전적 집합행동이론, 구조기능주의, 사회심리학, 합리적 선택이론, 자원동원이론, 신사회운동론, 구성주의이론 등의 관점으로 나누어 이론사적으로 접근했다.
임교수에 따르면 70년대 이전까지는 주로 사회심리학에 바탕을 둔 상대적 박탈이론이 주류를 이뤘다. 사회적으로 좌절되고 소외된 사람이 사회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60년대 말부터 변화하는 사회운동에 대한 새로운 연구방법이 등장한다.
미국에서 발달한 자원동원이론은 사회심리학적 분석에 반대하여 집합행동을 합리적 행동으로 분석한다. 이 이론은 사회운동이 참여자의 합리성과 조직의 효율성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판단하여 운동 전개의 과정과 그 동력에 주목한다.
유럽에서 역시 사회심리학적 관점에 반대하며 나온 신사회운동론은 후기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서구사회구조의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신사회운동론은 운동 자체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사회운동이 발생하게 된 현대사회의 구조적 배경을 분석한다.
자본주의가 성장해 가면서 드러내는 다양한 문제점들로 인해 그와 관련되는 운동들, 즉 환경, 여성, 반핵, 평화 등의 사회운동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형성된 구성주의는 정체성, 연대의식, 세계관 등 의식의 변화와 함께 의식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사회 역사적 맥락에도 주목한다.
‘한국의…’에서는 구체적으로 한국의 사례들을 가지고 분석한다. 87년 6월항쟁 이후 운동단체들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운동의 원인보다는 운동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저자는 운동의 동학(動學)에 대한 연구를 위해 ‘자원동원이론’을 이용한다.
저자에 의하면 80년대 민족운동의 조직은 개인의 헌신과 의지, 도덕성을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삼았다. 이에 비해 90년대부터는 정부 또는 정치권력과 관계하는 성원형, 정부에 도전적인 도전형, 경실련처럼 시장의 원리에 따라 운동의 역량을 유지해가는 시장형, 그린스카우트처럼 특수한 이슈를 가지고 직접 참여하는 공동체형 등 다양한 운동단체들이 나타난다.
저자는 이러한 운동단체를 움직이는 동학(動學)의 분석을 통해 ‘국가의 과제와 시민의 과제를 일치시키는 지점’을 찾아 주민을 동원할 수 있는 ‘동원의 사회학’의 체계화를 시도한다. 이제 운동의 사회학은 “‘참여의 사회학’을 발전적으로 넘어서는 ‘동원의 사회학’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