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서현택군(12)이 출판사에 보낸 글. 김영사는 서군 말대로 ‘기계가 기진맥진’이란 책을 만들기 위해 저자를 ‘수배중’이다.
김영사가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겨냥해 봄부터 내놓고 있는 ‘앗,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이’시리즈의 제목이 화제가 되고 있다.
70% 이상이 외국책 번역이지만 마땅한 책이 없을 경우 저자를 찾아 집필을 부탁한다. ‘어렵고 지루하다’고 간주되는 과학책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선 파격적인 제목이 필요했다.
첫권 ‘수학이 수군수군’의 원제는 ‘Murderous math’. ‘사람잡는 수학’이란 제목도 재미있지만 어린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전 편집부 직원이 머리를 싸매고 ‘수군수군’대다가 “차라리 ‘수학이 수군수군’이 어떠냐”고 해 정해졌다.
‘물리가 물렁물렁’(원제 Fatal force) ‘우주가 우왕좌왕’(Gobsmacking galaxy) ‘진화가 진짜진짜’(evolve or die)도 시리즈에 맞도록 리듬감있고 통일감있게 각색돼 나온 제목들.
독자카드를 이용해 어린 독자들의 의견을 모으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사는 표기윤군(8·경기 과천시 별양동)이 제안한 ‘지구가 욱신욱신’이란 제목은 ‘환경이 욱신욱신’으로 바꿔 내년 5월 출간할 예정. 박용식군(12·광주 남구 봉선동)과 하지민군(10·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세계가 술렁술렁’과 ‘기상이 기상천외’란 제목도 출간을 검토하고 있다.
김영사의 편집담당 김혜진씨는 “처음 일부에서 제목이 방정맞다고 지적했으나 대부분 독자들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분명하고 실감나게 표현됐다’며 좋은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