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 묘지문' 햇빛…국립중앙박물관 일반에 공개

  • 입력 1999년 12월 1일 19시 19분


“너는 무슨 마음으로 칠십의 아비로 하여금 이런 경우를 당하게 하는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구술하노라. 때는 임오년(1762년)여름 윤5월하고도 21일이라. 이에 다시 예전의 호(號)를 회복하게 하고 시호(諡號)를 특별히 하사하여 사도(思悼)라 하겠노라.”

국립중앙박물관은 1일 조선 영조대왕이 자신이 뒤주 속에 넣어 숨지게 한 아들 사도세자를 위해 쓴 통한의 ‘어제 사도세자묘지문(御製 思悼世子墓誌文)’을 공개했다. 어제란 임금, 즉 영조가 썼다는 뜻이며 묘지문이란 죽은 이의 행적을 기록한 글로 보통 무덤에 함께 매장됐다.

영조는 재위 38년인 1762년 7월 작성한 이 묘지문에서 “세자는 나면서부터 총명하였고 자라면서는 글월에도 통달하여 조선의 성군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성인을 배우지 아니하고 거꾸로 난잡하고 방종한 짓을 배워 타일렀으나 제멋대로 말을 지어내고 소인배들과 어울려 장차는 나라가 망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게할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토로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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