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종합校 대학개편 갈등 재연…법안 국회상정 보류파장

  • 입력 1999년 12월 5일 18시 58분


《한국예술종합학교(예종)의 예술대학 개편 문제를 둘러싸고 예술계가 들끓고 있다. ‘각종학교’에서 ‘대학’으로 변신하려는 예종 측과 이를 반대하는 기존 일반대학 예술대 측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공청회 설전과 성명전에 이어 1,2일에는 잇달아 각자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공연대결까지 벌였다. 예술계에서는 93년 예종 개원 당시부터 내재돼온 갈등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여러 차례 예종을 예술대로 개편하기 위해 ‘국립예술대 설치법’ 제정을 시도했으나 교육부와 일반대의 반대에 부닥쳐 왔다.

그러나 11월초 여야3당이 공동발의한 이 법안이 문광위에 접수돼 법안심사소위를 거치면서 △‘국립예술대’에서 ‘한국예술대’로의 학교명 변경 △‘실기 석·박사 학위’만의 수여 등으로 수정됐다. 수정안은 문광부와 교육부의 막후 협상 결과라는 후문도 나돌았다. 소위는 11월26일 다수의 결의로 수정안을 문광위에 상정키로 결정했으나 이날 국회 회의실로 일반대학 예술대 관계자들이 밀어닥쳐 항의시위를 벌이자 갑자기 상정을 보류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공동여당이 ‘수가 많은’ 일반대 측을 의식해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돌았다.

소위에 계류 중인 법안이 18일 정기국회 폐회 전까지 국회를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예종과 일반대학측은 성명전 공연대결 등을 통해 양극단을 달리고 있다.법안의 큰 쟁점은 △예종의 예술대로의 개편 △실기 전문 석·박사 학위 수여 문제다.

▽예술대로의 개편 문제

△실기교육 주력이라는 설립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반 예술대와 동일한 체제의 종합대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설립목적 포기이며 실기 위주의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예술가가 되려는 많은 학생들의 교육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일반예술대 측)

△예종은 재능과 열정이 있는 학생들이 외국유학을 가지 않고도 세계 수준의 실기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미국의 줄리아드를 모델로 설립됐다. 예종을 예술대로 개편하려는 것은 줄리아드처럼 실기 중심 교육을 심화하고 완성하려는 취지다.(예종 측)

▽실기전문 학위제도

△1905년에 설립된 줄리아드도 세계적 예술가들을 배출한 이후인 1969년에야 학위를 주는 학교로 인정받았다. 예종이 뼈를 깎는 노력없이 학위에만 연연하면서 현 교육제도에 따른 병폐를 답습하려 한다.(일반예술대 측)

△줄리아드는 각종학교가 아닌 정규대학이다. 비학위과정도 있지만 실기 석·박 사 학위를 수여하는 학위과정도 병행하고 있다. 예종이 국제적으로 예술대에 통용되는 표준화된 실기학위인 MM MFA DFA를 줄 수 없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예종 측)

탁계석 21세기문화광장 대표는 “문제의 배후에는 예술 전 분야의 공급과잉에 따른 양측의 지나친 경쟁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소모적 공방전 대신 무릎을 맞대고 21세기 예술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짜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계 원로인 전봉초 예술원회원(전 서울대 음대학장)은 “정트리오 백건우 장한나 장영주 등이 유학해 세계적 음악인이 된 것은 국내에 인재양성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짧은 역사 속에서도 국제콩쿠르 등에서 역량을 발휘한 인재들을 길러낸 예종을 국제경쟁력 있는 교육기관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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