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동아공예대전 수상작 18일까지 일민미술관서

  • 입력 1999년 12월 8일 17시 57분


흙과 쇠, 나무와 유리, 명주와 삼실 대(竹) 한지….

이 말없는 것들에 사람의 공교한 손길이 닿아 공예품이 되면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빚어지는지….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동아일보사 광화문 사옥)에서 열리는 ‘제27회 동아공예대전’에 가면 흙으로 빚은 그릇 한개, 나무를 깎아 만든 함 하나가 얼마나 다채로운 목소리로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99년 동아공예대전 입상작 97점과 역대 수상자인 ‘동아공예동우회원’의 작품 40점 등 총 137점이 선보인다. 작품들은 크게 전통과 현대, 소재별로는 도자, 목(칠), 금속, 염직 부문으로 구분되지만 장신구 패물함 식기 장 탁자 등 용도는 다양하다.

올해 수상작에서 두드러지게 읽히는 경향은 당장 전시장에서 일상의 한 부분으로 옮겨져도 낯설지 않을 정도로 실용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는 것. 이는 나날이 공예 본래의 기능인 실용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점점 거대화 조각화되는 현대공예의 최근 흐름과 뚜렷이 구별되는 경향이다. 심사위원들이 “동아공예대전만큼은 실용성과 조형미,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작품에 가치를 두자”는 데 뜻을 모은 결과이기도 하다.

전통공예부의 대상 수상작인 도자공예부문의 ‘가마솥―숲’(정원배)은 거실 한쪽에 그냥 제쳐두어도 자연스레 조화를 이룰 것같은 질박한 그릇. 실제로는 현무암을 연상시키는 우툴두툴한 표면질감을 살리고 유약이 자연스레 흘러내려 숲 모양을 이루도록 한, 뛰어난 기교가 깃든 작품이다.

현대부문의 대상수상작인 ‘티 테이블―사색’(김용철)에는 양 옆에 커다란 문고리까지 달려 솟을대문의 한짝을 떼어내 만든 것처럼 보인다. 실제 소재는 철. 도시적이고 차가운 느낌의 소재인 철로 그윽한 한국적 정서를 표현해냈다.

전시장 개관시간은 매일 오전10시∼오후7시(전시기간중 휴관일 없음)이며 무료관람. 02―721―7772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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