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저무는 천년 아쉬움 달랠 '지성파 연주'

  • 입력 1999년 12월 8일 19시 34분


《저물어가는 밀레니엄의 한끝. 두 지성파 피아니스트의 콘서트가 음악 팬들을 들뜨게 한다. 15일 7시반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99 백건우 베토벤 3대 후기 소나타’ 연주회와 21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열리는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피아노 독주회’》

BMG에서 녹음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으로 프랑스 ‘디아파송’지로부터 ‘건반의 타이탄(거인)’이라는 칭송을 받은 백건우. 그는 ‘피아노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베토벤의 소나타 중에서도 결정판으로 불리는 후기 3대 소나타(30,31,32번)를 연주한다.

팬들은 이번 선곡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놓칠 수 없다”며 환호한다. 차분한 내성(內省)의 표정을 깊이 간직하다가도 어느덧 뇌성처럼 울리는 백건우 특유의 연주 스타일이 베토벤 후기의 소나타에 절묘하게 들어맞기 때문이다.

백씨는 “듣지 못하고, 사람들과 멀어진 만년의 베토벤에게 신은 보상을 내렸다. 그것은 주변의 인물들 대신 드넓은 인류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마지막 32번의 C장조 끝화음은 ‘모든 길을 다 가보았다’는 절정의 완벽함과 만족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2만∼5만원. 02―598―8277(크레디아)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는 올 29세의 노르웨이인. 96년 마리스 얀손스 지휘의 오슬로 필하모닉 내한 콘서트에 협연자로 동반해 우리에게 낯익다. EMI 소속으로 그리그 쇼팽 등 다양한 레퍼토리의 앨범을 선보이고 있다.

한 연주가의 내면세계를 국적만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 그러나 안스네스의 경우 북구의 청량한 대기를 신비스러울 정도로 연주속에 간직하고 있다는 평이다. 수정처럼 투명하고 차게 빛나는 음색,서늘하고 긴 호흡과 웅대한 스케일이 그의 연주 속에 자리잡고 있다.

내한연주회에서는 슈베르트 소나타 20번 D959,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3번 등 여섯 곡을 연주한다. 2만∼5만원. 02―543―5331(음연)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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