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애나 앤드 킹'/56년 작품 '왕과 나' 리메이크

  • 입력 1999년 12월 9일 19시 48분


‘애나 앤드 킹’(Anna and the King)은 19세기말 사이암 왕국(현재의 태국)에서 실제 있었던 영국인 가정교사 애나 레노웬스와 사이암 국왕과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로맨틱 어드벤처 영화. 31일 국내 개봉.

이 작품은 46년 렉스 헤리슨과 아이린 던 주연의 ‘안나와 사이암의 왕’, 56년 율 브리너와 데보라 카 주연의 ‘왕과 나’로 두 차례 영화화됐으며 뮤지컬과 연극으로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20세기 폭스사가 새롭게 제작한 ‘애나 앤드 킹’은 ‘에버 애프터’에서 역사물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었던 앤디 테넌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레오노웬스의 일기’ 등 역사적 자료에 좀더 충실해 왕과 여교사의 애틋한 사랑과 함께 19세기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 남으려는 한 약소국의 역사도 생생히 그려냈다.

영화 제작과정에서 최대의 걸림돌은 태국 측의 비협조적 태도였다. “태국 전통의 로열 패밀리를 희화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이 때문에 촬영팀은 말레이지아에서 골프장을 개조해 당시와 똑같은 대형 왕궁 세트를 만들기도 했다. 오스카상 수상자인 미술감독 루치아나 아리기의 총지휘 아래 만들어진 아름다운 세트와, 58명이나 되는 왕의 자녀, 첩 42명, 19마리의 코끼리, 수 천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는 장면은 관객을 압도한다.

앤디 테넌트 감독은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고, 19세기풍 불교문화를 되살려내기 위해 수 백 명의 목수가 동원되는 등 동양적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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