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목사는 “지난해 이맘 때만 해도 쌀만 20㎏들이 20포대에 라면과 비누 등 생활용품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현재 쌀 2포대 들어온 게 전부”라며 “12년만에 올해처럼 후원자가 없기는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치매환자와 중풍노인을 위한 시설인 서울 동대문구 장안4동의 은천복지관도 비슷한 상황. 지난달 성금기탁을 부탁하는 은행지로용지를 200여명의 후원자에게 보냈는데 입금된 건수는 지난해보다 20% 줄어든 80여건에 그쳤다.
올해 들어온 후원금은 연말까지 가봐야 지난해보다 30% 줄어든 7000여만원에 그칠 전망이라고 한다. 새 천년을 앞두고 백화점과 쇼핑몰마다 사람이 넘쳐나고 흥청대는 분위기 속에서 정작 소외된 이웃들은 후원자와 성금의 급감으로 ‘최악의 겨울’을 맞고 있는 것이다.
실제 본보 취재팀이 서울지역 20개 사회복지시설을 무작위로 선정해 후원자와 성금모금현황을 조사한 결과 90%에 달하는 18개 시설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었으며 성금이 늘어난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이처럼 후원자와 성금이 급감한 이유는 무엇보다 ‘IMF한파’의 여파가 아직도 시민들을 옥죄고 있기 때문. 대다수의 시민들이 경제환란을 겪으면서 ‘남보다는 나의 생존이 우선’이란 ‘정서적 공황’에 빠져 있는데다 경제사정이 나아진 시민들도 새밀레니엄 분위기에 들떠 소외된 이웃에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올해 들어 각종 성금 기금횡령사건이 빈발해 “도와주면 뭐하나”라는 불신감이 어느 때보다 팽배해 있는 것도 ‘후원대열’의 위축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업과 은행이 해체와 합병, 구조조정의 회오리를 넘기면서 복지사업을 대폭 축소한데다 모처럼 흑자를 낸 기업들도 ‘사원들만의 잔치’에 치중하는 형편.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복지협의회 기획연구실장 진철주(陳喆柱·46)씨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성금이 줄어들어 걱정”이라며 “20세기의 마지막 12월은 소외된 이웃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쓸쓸하고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