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재겸토' 아마르티아 센 지음/이상호·이덕재 옮김/한울아카데미 펴냄▼
“경제관계가 내실 있게 연구되어 서술·예측·정책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인간행위를 이해하고 설명하고 예측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목표이다.” ‘윤리학과 경제학’ 중
노벨의 유언에도 없었던 경제학상을 69년부터 노벨상의 한 분야로 신설한 후 자본이동의 자유화를 역설하는 보수주의적 경제학자들이 상을 거의 독차지해 왔다.
편파적인 수상자 선정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존폐논란이 계속되던 와중에 등장한 예상밖의 98년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
인도 출신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재직 중인 이 동양인의 수상을 계기로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학’과 빈곤 분배 복지 윤리 민주주의 등의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다루는 ‘후생경제학’ 또는 ‘사회선택이론’이라는 비주류의 경제학 분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두 책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센의 저작. ‘윤리학과 경제학’(1987)은 경제철학, ‘불평등의 재검토’(1992)는 후생경제학에 관한 그의 대표작이고. 그의 또다른 관심분야인 발전론의 최근작 ‘자유로서의 발전(Development As Freedom)’(1999)은 아직 국내에 출간되지 않았다.
‘윤리학과 경제학’에서 센은 윤리학과 경제학의 상호협조를 역설한다.
윤리적 문제의 해결에는 경제학의 ‘기술공학적’측면이 필요하고, 윤리학으로부터 경제학이 멀어짐에 따라 후생경제학과 예측경제학의 기초 가운데 상당 부분이 허약해졌다는 것이다.
윤리학으로부터 멀어진 경제학은 ‘이기적인 개인의 경쟁에 의한 발전’이라는 단순화한 자본주의 경제논리를 펼치게 된다. 그러나 발전의 동인은 그렇게 단순화할 수 없다.
“이기적 행위라는 극히 편협한 가설을 광범위하게 사용한 결과 예측경제학의 영역이 심각하게 제한됐으며, 행위의 다변성을 통해 작동하는 중요한 경제관계의 상당수가 탐구하기 어렵게 됐다.”
‘불평등의 재검토’에서는 윤리학으로부터 멀어진 채 막연한 평등을 표방하고 있는 주장들의 허구성을 비판한다.
사회체제에 대한 온갖 윤리적 접근은 모두 평등을 요구한다. 소득에서의 평등, 후생에서의 평등, 사람의 효용가치에 대한 평등, 자유와 권리의 평등…. 모두가 평등을 주장하는 ‘평등주의자’다.
그러나 진정 중요한 것은 실제적으로 무엇에 대한 평등인가이고 이는 인간의 현실적인 다양성에서 비롯된다. 자산소유, 사회적 배경, 역경 등의 외부적 측면이나 나이, 성별, 일반적 능력, 특별한 재능, 질병에 대한 취약성 등 내부적 특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센은 “인간의 다양성은 결코 무시되거나 ‘이후에’ 도입될 수 있는 부차적이며 번잡스러운 요인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평등에 대한 관심에서 본질적인 측면이다”고 강조한다.
전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 ‘20대80’이라는 부의 양극화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후생경제학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반세기 이상 자유와 평등을 추구해 온 정부는 ‘IMF를 완전히 극복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지만 세계은행(IBRD)은 7일 한국의 도시빈민 인구가 97년 9%에서 98년에는 19%로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윤리학과 경제학’ 173쪽 8000원, ‘불평등의 재검토’ 342쪽 1만3000원
〈김형찬기자·철학박사〉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