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얼굴과 문화, 그 상관관계를 치밀하게 고찰한 책. 흥미 만점에, 메시지 또한 의미심장하다.
저자는 얼굴 전문가이자 미술학자. 미술을 하면서도 10여년간이나 해부학을 공부하며 한국인의 얼굴에 매달려온 저자의 연구 성과물이다.
이 책은 한국인 얼굴의 특징과 그 변천과정, 얼굴과 문화의 관계를 추적한다. 폭넓은 통계자료, 풍부한 해부학 형질인류학 지식, 치밀한 접근, 얼굴에 관한 흥미롭고 다양한 정보….
우선, 저자가 말하는 한국인 얼굴의 대체적인 특징. 전체적으로 고구마형에, 이마가 좁고, 눈썹이 흐린 편. 광대뼈가 얼굴 위쪽으로 올라가 있고 이로 인해 세계에서 눈이 가장 작다. 다름아닌 북방계형 얼굴이다. 물론 남방계 얼굴의 한국인도 있지만 대부분 북방계다.
저자는 북방계 한국인의 오른쪽 앞이마가 크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우뇌가 크다는 말이다.
우뇌는 감각뇌로, 감성을 지배한다. 우리 민족이 금속활자와 측우기를 만들고 가무를 즐기며 예술을 발전시켰던 창의성이 모두 우뇌 우세에서 비롯한 것이다.반면 좌뇌는 지성뇌다. 논리 합리 이성 언어 등을 지배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의 메시지가 시작된다.
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인의 오른쪽 앞이마는 더욱 커졌다. 현재 초등학생의 76%가 우뇌가 크다. 저자는 이를 극단적인 우뇌 우위라고 우려한다.
좌뇌가 약하다보니 합리성 진지성 치밀함이 부족하다. 한국의 근현대사 100년의 수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빼어난 문화적 예술적 성취는 우뇌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것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체계화할 수 있는 좌뇌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우뇌는 오히려 더욱 커져가고 있는 현실. 그래서 저자는 좌뇌를 사용할 수 있는 문화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인의 턱이 점점 작아지는 변화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턱이 작아지면 목구멍 소리(깊고 어른스런 목소리)가 줄어들고 생소리(가벼운 아이 목소리)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국인의 목소리에 생소리가 늘어나면 이를 듣는 외국인은 한국과 한국어를 어린아이 수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즉 한국어에 대한 유치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인이 독일어를 사색적, 프랑스어를 예술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다. 이 역시 교육을 통해 고쳐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저자의 메시지다.
얼굴에 관한 흥미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북방계인 한국인 TV 앵커는 대개 얼굴을 약간 오른쪽으로 돌리고 시선을 왼쪽으로 두지만 남방계인 일본인 앵커는 그 반대. 북방계형 성악가는 소프라노 테너가 많고, 남방계형은 그 반대 등등. 292쪽, 1만2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