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의 일본패션 엿보기]청소년 장식주의 패션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는 주말 오후가 되면 희한한 차림의 청소년들이 모여든다. 그중에서도 일본 전통옷인지 서양스타일의 옷인지 헷갈리는 요란한 믹스매치가 특별히 눈에 띈다.

요즘 일본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절반 전통복’스타일이 인기다. 전통복인 기모노의 울긋불긋한 천을 양복에 사용한다든지 선물포장에 두르는 금실 은실의 일본식 장식끈을 옷에 붙인다든지 ‘타비’라고 하는 일본 버선과 화려한 워머(다리토시)를 조화시킨다든지 하는 식이다.

이같이 화려한 ‘장식주의 패션’의 뿌리는 ‘마츠리’라고 하는 일본의 축제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마츠리 중에서도 가장 화려함을 뽐내는 교토의 기온 마츠리에는 번쩍번쩍한 금박으로 장식한 가마, 창에 씌운 비단주머니 등이 등장한다.

마츠리는 신을 맞이하는 제사다. 그들에게 신(神)은 선진문화를 갖고 바다를 건너온 도래인(渡來人)으로서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민족을 가르킨다. 결국 마츠리란 그 옛날 우리의 선진 엘리트들이 일본에 집단이주한 형상을 재현하는 것이다.

생소하게만 보이는 일본 청소년들의 장식주의 패션. 따지고 보면 그 원형은 우리의 먼 역사 속에 담겨져 있다.

김유리(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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