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변화를 주도한 것은 철, 철기, 철기문화였다. 청동기시대(기원전 10세기∼기원전 3세기), 초기철기시대(기원전 3세기∼기원전 1세기)를 거쳐 본격적인 철기시대가 개막된 시기가 기원전 1년 전후.
삼국시대의 전단계라는 뜻에서 원삼국이라 불리는 이 시대. 철기문화는 어떻게 한반도의 변화를 주도했을까.
▼ 한반도 새판짜기로 긴장감-역동성 넘쳐 ▼
▽한반도의 지각변동〓‘삼국사기’에 따르면 기원전 57년 신라가, 기원전 37년 고구려가, 기원전 18년 백제가 건국했다. 한반도 북부엔 부여와 고구려, 동북부엔 동예와 옥저, 중부엔 백제, 동남부엔 신라, 중부 이남엔 삼한…. 아직 국가로서의 면모는 갖춰지지 않았지만 한반도 전체가 새 판짜기로 인해 긴장감과 역동성이 넘쳐나던 시기였다.
▼ 농업생산성 증대등 경제-정치적 큰 발전 ▼
▽본격적인 철기문화의 개막〓기원 직전은 철기문화가 본격적으로 개화하던 시기. 한반도에서 철기의 첫 출현은 기원전 3세기경이었지만 이 시기에 이르러 직접 철을 생산하면서 본격적이고 수준 높은 철기문화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철기문화의 급속한 보급과 발전은 일상문화는 물론 정치적 역학관계에도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튼튼한 철제 농기구를 이용한 대규모의 농경이 이뤄지면서 농업 생산력이 증대했고 인구도 늘어났다. 경남 창원 다호리 1호분에서 나온 철제 유물에서 드러나듯 철기는 교환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경제력 발전을 의미한다.
광석의 채굴, 철제무기 철제농기구 제작을 위한 전문적 장인 집단이 등장하고 이에 따라 계급 분화가 촉진되었다. 철기를 소유한 사람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되면서 새로운 정치권력과 세력 판도가 형성되었다.
전쟁의 양상도 바뀌었다. 짧은 무기를 이용한 보병전에서 긴 철제 칼과 말을 이용한 기마전으로 변하면서 승패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따라서 승자의 정치적 세력은 더욱 급증하게 되었다.
당시 낙동강 하류에서 생산된 철이 낙랑과 일본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한반도의 힘이 크게 증대된 것이다.
▼ 권력의 조직화 가져와 고대국가로 급속 성장 ▼
▽고대 국가로의 진입〓철기문화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정치권력의 조직화를 가져왔다. 이것은 취락수준을 넘어 국가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완전한 의미의 국가는 아니지만 한반도에도 국가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이후 고구려 백제 신라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고대국가로 발전해나간 것도 철기문화 덕분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송의정 학예연구관(고고학)의 설명. “당시 한반도의 정치세력은 비록 국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소국(小國)단계, 즉 국가의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2000년전인 기원전 1년 전후. 한반도의 밀레니엄 대전환기를 이끈 변화의 주역은 단연 철기문화였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