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약관 실태]소비자주권 안중에 없다

  • 입력 1999년 12월 16일 19시 28분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봉?’

최근 유행하는 ‘소비자 주권’이란 말은 적어도 휴대전화 약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덧 보급대수 2000만대를 돌파해 ‘필수품’으로 자리잡았지만 업체들은 가입자 늘리기에만 열을 올릴뿐 소비자 권리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공정거래위가 16일 5개 이동전화 사업자의 약관에 대해 대대적 시정조치를 내림으로써 휴대전화 약관은 ‘대수술’이 불가피해졌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동전화 업체들의 약관에는 애매모호한 표현이 수두룩하다. 가령 ‘회사가 정하는 방법으로’ ‘그밖의 부득이한 경우’ ‘회사가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따위의 문구 등은 업체들이 얼마든지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이 민원을 제기해도 업체들은 이런 애매한 표현을 이용해 빠져나가는 일이 많다.

게다가 수십개 조항이 깨알같은 글씨로 씌어 있어 이를 제대로 읽어보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는 실정.

공정위는 그동안 휴대전화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자 모든 업체의 약관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표준약관’ 제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다 서울YMCA 등 소비자단체가 약관 심사를 요청해오자 7개월간 대규모 조사를 벌였다.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들〓업체들은 가입자가 요금을 지정한 기일까지 납입하지 않으면 요금의 2%를 가산금으로 부과한다. 공정위는 “업체가 잘못 부과해 거둔 요금을 되돌려줄 때는 원금만 돌려주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비밀번호 유출시에도 업체들은 ‘모든 책임은 고객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사나 영업점에 책임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

단말기를 인터넷 등 사이버거래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 업체들은 단말기 발송일을 서비스 개통일로 하고 있는 것도 불공정조항으로 지적됐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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