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보기 11문항 중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것은 ‘부모 모시기’(17.7%). 다음으로 ‘아들선호’(16.8%) ‘빨리빨리문화’(16.7%) ‘적당주의’(14.2%) 순이지만 모두 오차범위 안에 들어 사실상 이 네가지를 독특한 생활문화의 ‘공동대표’로 꼽았다. 그러나 각 문항에 대한 ‘지지세력’은 확연히 구별됐다.
먼저 ‘부모모시기’. 50대 응답자의 34.6%, 40대 응답자의 20.0%가 이 문항을 꼽아 1위. 그러나 30대는 11.8%, 20대는 5.8%만이 이 문항을 골라 이들 세대에서는 5위에 그쳤다.
즉 현재의 40, 50대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부모모시기’를 중요한 생활문화라고 여기는 반면 20, 30대에게는 그 자체가 주요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서울대 소비자학과 여정성(余禎星)교수는 “40, 50대는 부모 모시기를 의무로 생각했던 세대이자 앞으로 자식들에게 과연 부양을 받을 수 있을까로 고민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부모부양에 관한한 의무만 있고 권리는 기대하기 어려운 ‘낀 세대’로서의 중년의 고민을 읽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3위로 집계된 ‘빨리빨리문화’에서도 주목할만한 세대차이가 나타난다. 20대 응답자의 경우 25.9%가 ‘빨리빨리문화’를 지적해 1위, 30대에서는 16.2%가 지적해 2위로 기록된 반면 50대의 경우 7.8%만이 이 항목을 꼽아 5위에 그쳤다. 종합4위인 ‘적당주의’도 20대에서는 2위(응답자의 21.9%), 30대에서는 3위(14.6%)로 나타났지만 50대와 40대에서는 각각 6위(6.8%)와 5위(13.0%)에 머물렀다.
‘빨리빨리문화’와 ‘적당주의’는 60년대 이후의 경제성장 제일주의가 낳은 병폐. 이는 50, 60대 넓게는 40대까지가 ‘빨리빨리’를 강조하며 한국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세대이기 때문에 최근 들어 삼풍백화점붕괴 같은 폐단이 드러났어도 ‘그렇게 안하고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겠느냐’는 자기논리로 무장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종합 2위인 ‘아들선호’는 성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경우. 여성응답자의 21.1%가 이를 골라 1위로 나타난 반면 남성응답자에서는 12.4%에 머물러 4위였다.
세대별 통계에서는 30대에서 ‘아들선호’가 1위. 이 연령대가 결혼 후 내집마련과 ‘자녀출산’을 당면과제로 삼는 시기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심리학과 민경환(閔庚煥)교수는 문항 전체의 설문결과에 대해 “동시대 한국에 살면서도 세대 간, 성 간의 경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생활문화 의식에 그만큼 격차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