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이김천 개인전]"삶의 우수-비애 화폭에 담아"

  • 입력 1999년 12월 19일 18시 47분


구부러진 나무들. 화면위에 가득찬 풀밭위에 누운 사람도 몸을 구부리고 있다. 이김천의 작품속에서는 나무와 풀 사람들이 모두 몸을 휘거나 구부리고 있다. 흐느적거리는 듯한 모습이다.

31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남미술관에서 열리는 이김천 개인전은 화려함과 체념의 비애가 강한 대비를 이룬다. 정교하게, 그리고 장식적이다 싶을 만큼 예쁘게 그려진 꽃밭 위에 사람 또는 개가 등장한다.

서남미술관 전시기획자 최금수씨는 “이김천의 그림에서 표현된 꽃밭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소, 또는 희망과 설레임이 뒤섞인 미래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다”고 말한다.

꽃밭은 연인과 함께 거닐던 추억의 장소로 흔히 떠올리는 곳이기에 사랑했던 이의 추억을 떠올리며 기다리는 장소로 비쳐진다. 또 화려한 색채로 그려진 화사한 풀꽃들은 미래에 대한 설레는 희망을 나타내기도 하다.

풀밭 또는 꽃밭 위에 홀로 누워있는 사람은 연인과 함께 있지 않기에 외롭다. 이로 인해 연인과 함께 했던 풀밭의 화려함은 더 큰 상실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상실감을 안고 살 수는 없다.

‘나는야 상팔자’ ‘개에게도 팔자가 있는가’ ‘누우면 내 집’ 등 개를 그린 그림에는 속편하게 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개를 통해 형상화한 현실은 어쩐지 현실에 대한 체념과 자기비하를 느끼게한다.

이김천의 그림은 때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모습으로, 때로 우수와 비애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02―3770―3870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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