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무 국사편찬위원장에 듣는 새천년 역사연구

  • 입력 1999년 12월 20일 22시 27분


《역사의 큰 페이지가 넘어간다. 훗날 역사가들은 1999년, 이 밀레니엄 말기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앞으로의 1000년은 또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천년 역사의 전환기’를 맞아 ‘국사 편찬’의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이성무(李成茂·62)국사편찬위원장으로부터 역사연구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천년은 온갖 고난 속에서도 우리 문화민족의 자존심을 지켜냈습니다. 그러나 지난 역사에 대한 무관심이 만연해 있습니다. 새 천년은 어떻게 될 지, 우리가 과연 앞으로의 천년을 잘 지켜낼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역사는 지나가 버린 옛날 얘기가 아닙니다. 오늘을 사는 지혜입니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늘 현대사’라고 말할 수 있죠.”

조선사 전공의 이위원장은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희망보다는 우려를 먼저 표시했다. 8월 위원장으로 부임해 이제 5개월째.국사편찬위원회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다양한 구상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 역사는 오늘사는 지혜 ▼

국사편찬위원회의 주요 업무는 한국사 관련 자료 수집 및 해석 발간, 역사 교과서 편찬 보조, 한국사 연구 지원 등.

이위원장은 새 밀레니엄의 21세기는 통일에 대비한 한국사 연구의 도약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반도의 통일은 정신과 문화의 통일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 맨 앞에 역사, 역사관의 통일이 있어야 합니다. 남북한이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역사학계는 안일함과 편협한 사관에서 벗어나 북한의 역사서술과 사료를 적극 검토해 하나의 통일된 흐름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 남북교류 활성화 모색 ▼

이를 위해 북한사료집을 적극적으로 발간하고 고대사 고고학 미술사 분야의 남북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아울러 세계화시대, 역사 연구가 민족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추스리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것은 편협한 국수주의와 다르다.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약화된 민족 정체성을 제자리에 올려 놓아 세계화의 흐름과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민족문화는 기본적으로 개방적이었습니다. 과거 불교나 주자학을 주저 없이 받아들여 본토보다 더 발전시키고 우리 것으로 만들었던 역사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우리 역사, 우리 문화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과 강한 자부심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새 천년엔 이러한 정체성과 개방성 다양성의 역사를 배워야 합니다. 이러한 역사 속에 우리 민족의 생존 방식이 있습니다.” 이위원장은 그러나 “우리 역사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연구 경향은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역사과장은 경계해야" ▼

이 위원장은 정보화시대 역사대중화시대에 걸맞는 현대화된 형식(인터넷 사이트와 CD롬)의 사료 제공, 한자의 초서(草書·흘림체)를 해독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에도 역점을 둘 생각이다. 사료를 정확히 해독해 일반인에게 쉽게 전달해야 역사에 대한 관심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건이 마련될 때, 우리 역사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통일에 대비한 역사연구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국사편찬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이위원장의 개인적인 욕심은 깊이있는 대중역사서를 집필하는 일. 그래서 그 바쁜 중에도 ‘조선의 당쟁,어떻게 볼 것인가’ ‘조선의 부정부패, 어떻게 막았나’(가제) 등의 저서를 준비 중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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