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기메박물관 우리문화재 100년만에 '햇빛'

  • 입력 1999년 12월 21일 20시 10분


프랑스의 동양전문박물관인 기메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 914점이 100여년만에 처음으로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프랑스 현지조사를 거쳐 914점의 사진과 설명을 담은 조사보고서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를 최근 펴냈다.

▼ 총 914점 소장 확인 ▼

이들 문화재는 모두 19세기말 프랑스인들이 가져간 것으로, 삼국시대 금동칼과 토기, 통일신라 기와, 고려 청자와 불화, 조선 백자와 회화 등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각 장르를 망라한다.

외국의 특정 박물관에 소장 중인 한국문화재를 우리가 모두 조사하기는 이번이 처음. 과거에는 전시 유물이나 목록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문화재연구소 역시 지난해 기메박물관을 조사할 때까지만 해도 그곳에 있는 한국문화재가 300여점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번에 확인된 유물은 양도 많지만 높은 질적 수준을 자랑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철조천수관음보살좌상’(鐵造千手觀音菩薩坐像·고려말∼조선초). 천수관음상은 중생을 제도하는 천개의 손을 가진 천수관음보살을 표현한 불상. 합장한 두 손을 중심으로 좌우에 각 20개의 손이 달려 있다. 국내에서는 발견된 예가 없는 불상으로, 불교미술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19세기말 기산 김준근(箕山 金俊根)의 풍속화 170점이 무더기로 확인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준근은 국내에 풍속화가라고만 알려져 있을 뿐,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시의 풍속을 소상히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

▼ 국내에 없는 유물도 ▼

이번 조사는 단순히 기메박물관의 한국문화재 확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문화재연구소의 김봉건 미술공예실장은 “기메박물관은 내년 10월경 한국실을 개관한다. 이 조사자료는 기메박물관에 제공되어 기메박물관측이 우리 문화재를 제대로 연구하고 좋은 작품을 골라 전시하는데 활용될 것”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한다.

현재 해외 소장 한국문화재는 7만여점. 그러나 이번 경우에서 드러나듯, 전문가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본다. 해외 문화재 반환협상 못지 않게 현지에서의 보호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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