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권 성장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그러나 서평으로서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 북 리뷰’는 소설 출간 직후인 51년7월15일자 기사에서 ‘너무 길다’는 한 마디로 이 작품을 날려보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로부터 반세기 뒤인 98년 북 리뷰 편집자들은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자신들의 오판을 인정했다. 뉴욕타임스가 ‘북 리뷰’ 창(1896년) 100주년을 기념해 그간의 중요서평 등을 모아 만든 ‘세기의 책들(Books of the Century)’에서다.
한국말로는 “아차” “이크” 정도로 번역될 감탄사 “웁스(Oops!)”라는 제목 아래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잘못 평가된 작품들에 관한 당시 서평 일부를 발췌해 실었다. 조지 웰스의 ‘투명인간’, E M 포스터의 ‘하워즈 엔드’, ‘빨강머리 앤’으로 알려진 루시 몽고메리의 ‘초록지붕집의 앤’, 베티 프리던의 ‘여성의 신비’ 등이 모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작품으로 꼽혔다. 가장 최근의 ‘웁스’인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관한 발췌는 단 두 문장. ‘발간 92년4월1일, 서평 93년 3월28일’. 어떤 이유로든 사회적 반향에 비해 서평이 너무 늦었다는 고백인 셈이다.
인색함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헤밍웨이의 ‘강 건너 숲속으로’의 경우 호평이 지나쳐 “Oops!”를 외친 예. 훗날 헤밍웨이 연구자들로부터 “문장이 산만하고 지지부진하다”며 졸작으로 꼽힌 이 책에 대해 50년 9월10일자 뉴욕타임스 북 리뷰는 현란한 헌사를 바쳤다.
뉴욕타임스 북리뷰의 솔직함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10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 게재요일을 바꾼 것 외엔 한세기 동안 흔들림없이 기록을 반추하며 자신들의 정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지적 축적….
지난 9개월. 동아일보 ‘책의 향기’엔들 훗날 ‘아차’할 작품이 왜 없으랴. 다음 세기에 동아일보 서평에 대한 ‘아차’판이 나온다면 “당시 ‘책의 향기’에는 ‘Oops!’가 비교적 적었노라”는 ‘발췌’가 실리기를 꿈꾸며, 1999년 ‘책의 향기’를 접는다.
〈책의향기팀〉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