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국민’국가의 전쟁과 가부장적 성격 사이에서 생겨난 ‘위안부’문제를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강하게 비판한 책.
‘국민’이나 ‘시민권’이 남성상을 모델로 하는 한 여성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남성과 동등하게 전투에 참가하지 않으면 ‘1급 시민’으로 간주되지 않고, 반대로 ‘남성과 동등하게’ 되려고 하면 스스로 ‘여성성’을 부정해야 한다. 결국 국가에 참가해서 국민에 통합되려 했던 일본 여성 역시 국민국가의 공범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통해서 무엇이 그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나아가 그들을 침묵시켰는가 하는 점에 관심을 기울인다. 피해자 여성을 반세기에 걸쳐 침묵시켰던 것은 성폭력 피해가 여성의 치욕이라는 가부장제 의식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것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저자는 여성사가 일국사(一國史)를 초월하기 어려우며 근대 가부장제 국민국가라는 틀 안에서 남녀 평등이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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