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보내며 보고 가야할 책 한 권이 있다. 나도 언젠가 이만한 책 한 권을 쓰고 싶다. 저자인 장파는 중국 인민대 철학과 교수이고 공교롭게도 나와 동갑이다.
나는 평생 쉬엄쉬엄 이 책을 뒤적이며 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름답고 중요한 인용들이 가득해 지루하지 않다. 우연한 장소에서 한 사람을 만나 그저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마음에 맺혀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 것과 같다. 웬일인지 모르지만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의 행간을 따라 걷게 된다.
웬일일까? 왜 마음이 편안해질까?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 이런 것 같다.
날 때부터 우리는 자기다운 것을 가지고 세상에 온다.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늘 마음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며, 그들을 닮아 가지만 원래 타고 난 것과 외부로부터 강제된 것 사이에 불편한 긴장과 갈등이 상존한다. 그리고 이것들은 알 수 없는 불안과 족쇄, 그리고 무력한 절망의 모습으로 마음의 그늘 속에 숨어있다.
이 책은 밀폐된 마음의 공간에 촛불을 하나씩 켜간다. 조금 지나 그윽한 빛이 마음의 방안에 가득해진다. 우리는 어둠 속에 숨어있던 자신의 방에 소년다운 호기심과 밀실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며 되돌아 올 수 있게 된다.
도대체 저자는 무슨 짓을 한 것일까? 그는 서양과 동양을 비교했고 자신의 밖과 안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창문을 열고 커튼을 걷었다.혹은 내면의 불을 밝혔다.
서양과 동양은 이렇게 다르다. 모두 빛에 대한 것이지만 하나는 밖으로부터 빛을 얻고 또 하나는 안으로부터 빛을 얻는다. 예를 들어 서양의 화가는 감각이 이끄는 대로 풍경을 마주하고 화폭에 옮겨 그린다. 그러나 전통적인 동양의 화가는 ‘마음에 잘 쌓아두었다가, 한참 익은 후에 그린다’.
21세기 경영의 키워드는 인간이다. 인간을 다루는 테크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개인으로부터 가치를 이끌어내는 일이 경영의 요체이다. 그리고 ‘글로벌 경영’은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함께 만날 수 있는 보편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책은 장사꾼이 아니라 경영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새로운 천년기의 문턱에서 볼만한 인문서이다.
구본형(변화경영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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