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인턴넷의 새천년, 문학의 미래는?

  • 입력 1999년 12월 24일 19시 45분


영상문화와 사이버공간이 문화 전분야의 헤게모니를 장악한다는 21세기. 문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또한 가고 있는가.

월간 ‘현대문학’은 최근 ‘새로운 세기와 문학의 미래’를 묻는 11개항의 설문을 작성, 100여명의 국내외 저명 문인에게 발송했다. 현대문학은 최근까지 도착한 21건의 답신을 모아 신년호에 게재할 예정. 회답을 보내온 문인은 미셀 투르니에(프랑스) 오이겐 곰링어(스위스) 등 해외 문인 15명과 박경리 등 국내 문인 6명이다.

‘과학기술과 영상매체의 확산에 따른 문학과 책의 위상변화’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곰링어는 “문학은 사어(死語)와 같은 보존품이 될 것”이라며 “가식적인 책을 읽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시각적 시와 구상적 시가 이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투르니에는 “시청각 기술은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는데 반해 인간의 성숙은 느림을 필요로 한다”며, “본래 느림을 바탕으로 하는 책은 여전히 중요성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책은 더욱 비실용적으로 될 것”이라고 진단해 책을 읽는 인구가 감소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현종(한국)은 “더 재미있고 편리한 볼거리 때문에 책 읽는 시간은 줄겠지만 내면의 눈(眼), 상상의 눈으로 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 한 책은 계속 만들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어의 국제화 추세가 세계 문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영어권 작가들이 오히려 더 큰 우려를 나타냈다. 줄리언 반즈(영국)는 “이른바 국제적 영어로 문학작품을 쓸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국제적 영어는 ‘기내식’과 같아 해롭지는 않지만 충분한 (문화적) 영양을 섭취할 수도 없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사오옌상(邵燕祥·중국)은 “어떤 스타일의 글은 번역하기 불가능하다. 나의 경우 모국어로 창작해 모국어를 쓰는 독자에게 바칠 뿐”이라고 했다.

김영일(한국·옛 필명 김지하)은 “영어의 양적 세계화는 번역활동을 활발하게 해 오히려 소수 민족어의 활성화를 유발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20세기 대표 문학작품 5개씩을 꼽는 문항도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원고 도착순 10명(외국작가 6명, 한국작가 4명)을 상대로 한 집계 결과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가 4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마르케스의 ‘천년 동안의 고독’, 엘리어트의 ‘황무지’가 3표로 공동2위에 올랐다. ‘천년동안의 고독’은 한국의 문인 3명이 동시에 표를 던져 주목됐다. 카프카는 3표를 얻었으나 해당 작품은 ‘심판’ ‘성’ ‘변신’으로 나뉘어졌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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