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最古금속활자본 '직지심경' 세계문화유산 자격 논란

  • 입력 1999년 12월 28일 19시 47분


1377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경’. 구한말 프랑스인에 의해 반출되어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보관 중인 비운의 문화유산이다.

이 직지심경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을까. 또한 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에 과연 적절한가.

우선 신청과정부터 난항이다. 청주시는 98년 유네스코에 직지심경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해줄 것을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소유자(프랑스)와 신청자(한국)가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신청접수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프랑스와 공동으로 신청하라고 청주시에 권고했다. 청주시는 프랑스측과 협의 중이지만 프랑스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청주시는 그러나 공동신청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 업무를 맡고 있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은 “프랑스와 직지심경 반환 협상 중이어서 민감하긴 하지만 외교채널을 잘 가동하면 성사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직지심경이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과연 적절한 지 여부. 청주 고인쇄박물관측은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한다.“금속활자는 지난 밀레니엄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힌다. 이런 점에서만 보아도 직지심경은 그 자격이 충분하다.”

반론도 있다. 직지심경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그 내용에서는 특별히 두드러질 게 없다는 지적이다. 직지심경엔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데 필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유네스코 한 관계자의 설명. “한국 고유의 전통 문화와 사상을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의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적절하다. 그리고 한 권짜리 보다는 전집류가 좋다. 예를 들면 퇴계전집 같은 것이다. 직지심경은 그렇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해 신청하는 것이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더 실리적이다.”

우리 기록유산 중에는 현재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이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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