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安全 심상찮다…97∼99년 49차례 사고

  • 입력 1999년 12월 28일 19시 48분


서울지하철 1∼4호선에서 97년 이후 3년간 4차례의 탈선사고를 포함해 모두 49차례나 각종 고장 또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28일 밝혀졌다.

이같은 잦은 사고는 전동차 관련 설비가 수명이 다해가는데도 여전히 수동식으로 보수점검이 이뤄지고 있는 데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고장이 나도 새 부품 구입이 어려워 운행하지 않는 전동차에서 낡은 부품을 빼다 쓰는 등 편법으로 보수점검이 이뤄지고 있어 대형사고마저 우려되고 있다.

▼고장 사고 실태▼

1∼4호선에서는 노조파업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 평상시에만도 97년 16건, 98년 15건, 99년 1∼10월 18건 등 지난 2년10개월 동안 모두 49건의 각종 운행중단 사고 및 고장이 발생했다.

이는 최근 서울시가 시의회 김성규(金成奎)의원에게 제출한 ‘지하철 운행사고 내역서’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사고 건수는 자동검사시스템을 갖춘 서울 2기지하철(5∼8호선)의 3년간 고장건수 13건에 비해 3.7배 많은 것이다.

특히 이같은 사고 및 고장 가운데 65%인 32건은 완공된 지 16년이 지났고 곡선구간이 많은 2호선에서 발생했다.

49건의 각종 사고 가운데 전동차 탈선사고는 4건. 이 중 3건이 운전자 등의 부주의, 1건은 차내 회로고장 때문이었다.

특히 올들어서는 전기 전자 부품이 고장나는 사고가 부쩍 늘었다. 10월3일 오후 9시47분 2호선 건대입구∼구의역에서 발생한 운행중단사고는 집전장치 고장 때문이었다.

▼부품 공급실태▼

지하철 부품 고장이 크게 늘고 있으나 대부분의 부품이 수입품이고 1,2호선의 경우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부품이 많아 새 부품 확보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하철 보수점검을 맡고 있는 한 직원은 28일 “전동차는 통상 매일 저녁에 정비하지만 필요한 부품을 당장 구하기 힘들어 전동차 기지마다 5,6대씩 있는 예비차에서 부품을 빼내 끼운 뒤 다음날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전기 전자 부품은 대부분 외국에서 들여오지만 납품받는 데 1,2년씩 걸려 필요한 부품을 제때 사용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규의원은 “전동차 부품은 진동수나 마모도 등 미세한 차이에도 큰 영향을 받으므로 운행중 어떤 차질을 빚을지 알 수 없다”며 “1기 지하철(1∼4호선) 전체에 대해 하루 빨리 자동검사장치를 도입해 대형참사를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러나 서울시는 자동검사장치 설치에 228억원이 들고 투자효과도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기홍·김경달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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