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한국판 '캐츠' 황구도 관객몰이 나선다

  • 입력 1999년 12월 29일 19시 58분


“개 한마리 허연 달에 놀라 멍멍 컹컹컹. 그 소리에 옆집 강아지 컹컹 멍멍멍….”

브로드웨이 뮤지컬 ‘캐츠’는 T S 엘리엇의 시집 ‘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에 나오는 14편의 시를 기초로 영국의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뮤지컬. 이에 맞서는 한국의 창작 뮤지컬 ‘황구도(黃拘圖)’도 시적 운율을 간직한 짧고 아름다운 노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광화 극본, 최용훈 연출. 2000년 1월23일까지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황구도’는 개들을 의인화한 동화같은 사랑이야기다. 스피츠 ‘캐시’에게 실연당한 뒤 들개들과 함게 바다로 떠나는 똥개 ‘아담’의 여행을 그린 로드무비 형식의 뮤지컬. 조승룡(아담) 이재은(캐시) 강성진(거칠이) 전수경(눈썹) 등 네 마리의 주인공 개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개성있는 연기가 눈길을 끈다.

‘아담’은 순수한 사랑이나 주인과의 맹세를 믿는 순정파. 신분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캐시’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하며 방황하는 인물이다. ‘드라큐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출연했던 뮤지컬 전문배우 조승룡은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아담의 젊은시절과 노년층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이에 비해 ‘거칠이’는 그야말로 개의 본성에 가장 가까운 역. 사랑도, 맹세도 믿지 않고 처해진 상황에 맞게 살아간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출연했던 강성진은 “무대 위에서 정말 개의 본능대로 마음껏 노래하고 뛰어놀 수 있어 자유롭고 신나는 배역”이라고 말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조연은 ‘눈썹’이다. ‘눈썹’은 아담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들개. 전수경은 터프한 매력과 함께 처절한 슬픔의 연기력을 발산한다..

뮤지컬 ‘황구도’는 개를 통해본 인간세상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간은 손발이 과장되게 크고, 목소리도 변조처리 된다. 화목 7시반, 수금토일 4시 7시반. 2만∼3만원. 02―764―3375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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