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100년의 흐름]바지 시대… 여성들 자유를 입다

  • 입력 1999년 12월 30일 19시 22분


【패션은 시대의 거울. 20세기 패션은 사회와 의식의 변화를 가장 아름답고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패션관계자들은 20세기 패션혁명을 주도한 것으로 바지를 꼽고 있다. 여성운동가들의 유니폼에서 시작된 바지는 20세기말 사회 각분야에서 남성들과 동등하게 일하는 여성들을 상징하는 패션으로 자리잡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더욱 요염하게, 그리고 섹시하게 뭍 시선을 사로잡은 패션으로 미니스커트와 지퍼가 나온 것도 20세기였다. 자연미와 활동성을 살린 미니멀리즘으로 20세기말을 마무리한 패션은 다음 세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바지와 여성

의식프랑스의 패션사가 로랑스 브냉은 저서 ‘바지의 역사’에서 “19세기가 스커트를 부풀린 크리놀린의 시대였다면, 20세기의 상징은 단연 바지”라고 평했다.

여권운동과 연결된 일부 여성들의 바지입기는 19세기 중반 시작됐으나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14년까지 바지는 부도덕과 정숙하지 못함의 상징이었다. 남자들이 전쟁터로 나가자 여자들의 일손이 아쉬워진 사회는 그들의 바지를 현실로 받아들였다.

바지가 패션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세계경제가 석유파동과 인플레로 침체됐던 70년대. 절약이 미덕이던 이 시기에 작업복에 불과하던 청바지는 영패션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90년대말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겪으면서 바지수트가 여성정장으로 굳어진 것도 같은 맥락.

◆구속에서 패션으로,샤넬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명장면, 비비안 리가 허리를 졸라맸던 코르셋이 패션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1910년대. 프랑스 디자이너 폴 포아레가 코르셋을 없애고 하이 웨이스트로 처리한 스타일을 선보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패션이 여성 삶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20년대 혜성처럼 나타난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이다. 즉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카디건을 여성복에 들여온 샤넬수트, 치마길이를 무릎선까지 끌어올린 샤넬라인은 여성복을 ‘구속’이 아니라 활동적이면서도 우아한 패션으로 탈바꿈시켰다.

◆섹시한 미니스커트와 지퍼

불경기에는 치마길이가 길어진다? 1929년 세계 경제대공황때는 그랬다. 무릎선의 치마선이 종아리 길이로 길어졌다.

그러나 경기와 치마길이를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별의미가 없다. 개성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60년대 영국디자이너 메리 퀀트가 발표하고 프랑스디자이너 앙드레 쿠레주가 유행시킨 미니스커트의 등장과 경기와는 별관계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67년 가수 윤복희가 미국에서 귀국, 연예활동을 시작하며 유행시켰다.

짧은 치마가 섹시룩의 전부는 아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지퍼보다 더 섹시한 패션은 없다”며 ‘지난 천년의 최고 패션’으로 지퍼를 꼽았다.

◆미니멀리즘

60년대 영패션으로 처음 시도된 패션에서의 미니멀리즘은 90년대 중반 합리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만개한다.

남성복같은 분위기를 내는 여성복의 대가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단순함과 우아함이란 디자인 철학을 내세우며 불필요한 장식을 모두 없앴고 이같은 경향은 90년대 후반 캘빈 클라인과 프라다, 질 샌더로 이어졌다.

(도움말〓최경자 국제패션디자인연구원 이사장, 김민자 서울대, 유수경 국민대교수, 디자이너 이상봉)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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