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문화硏 '한국사회신뢰도' 조사]"공정경쟁 없다" 75%

  • 입력 1999년 12월 30일 19시 22분


한국인 4명 가운데 3명이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현재 위치를 성취했다’고 인정하지 않으며 10명중 9명은 사회 지도층을 불신하고 있다.

정신문화연구원의 한상진(韓相震)원장과 은기수(殷棋洙)교수,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조동기(趙東紀)상임연구원은 ‘한국 사회의 신뢰도’와 관련해 최근 한달간 전국의 20대이상 성인남녀 1200명을 면접조사한 결과를 30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공적 신뢰▼

국민이 국가의 기본적 기능인 세금징수나 징병제도의 공정성조차 믿지 않을 정도로 정부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있다.

응답자의 76.0%가 세금징수가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고 75.0%는 징병검사가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 △교수임용(76.9%) △사업인허가(79.7%) △직장내 승진(65.8%) △대기업공채(48.6%)에 대해서도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또 음주운전(67.5%) 불법파업(60.5%) 불법노점상(58.1%) 등 서민이 법을 어기면 반드시 처벌받는다고 믿는 사람이 절반이 넘었다.

반면 대기업인의 공금유용(16.1%) 정치인 선거법위반(10.2%) 변호사 탈세(9.9%) 등 이른바 힘있는 사람들이 법을 어겼을 때 처벌 받는다고 믿는 사람은 10명중 한 명꼴에 불과했다.

국민 대다수가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를 엄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불공정 사회관행 조사에서도 공무원 뇌물수수(92.9%) 정경유착(92.1%) 낙하산인사관행(88.1%) 기업접대문화(87.8%) 학교촌지(76.2%) 등과 관련해 대다수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사적 신뢰▼

공적인 부분보다 혈연이나 학연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우리사회가 아직도 ‘연줄 사회’임을 보여주었다.

‘신용으로 1000만원을 빌려줄 용의가 있는 사람’에 대한 질문에는 부모형제(87.9%) 가까운 친척(45.2%) 가까운 친구(40.7%) 직장동료(19.7%) 잘 아는 학교동문(11.8%) 순으로 답변이 나왔다.

또 ‘가까운 친척이라도 보증을 서줘서는 안된다’는 항목에 79.5%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죽기전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줘서는 안된다’는 항목에 역시 73.1%가 ‘그렇다’고 답해 혈연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타▼

집단간 신뢰수준조사에서는 영호남간 신뢰도(32.8%)가 근로자와 기업가(40.7%) 교사와 학생(46.7%) 남자와 여자(68.7%)보다 낮아 지역감정이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가장 심각한 장애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가치관을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들이 환경보호(38.9)가 높은 경제성장유지(32.2) 직장과 사회에 대한 참여신장(21.2) 방위력증강(7.5) 등보다 중요하다고 답해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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