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체감 법칙의 대전제에 따라 우상향하는 공급곡선을 도출해온 주류 경제학에게는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상향 공급곡선을 도출할 수 없다면 수요와 공급곡선이 만나는 접점에서 도출하는 시장균형도 애매해진다.
21세기에 더 거세질 주류경제학에 대한 도전은 이밖에도 무수히 많다. 우선 자연과학에서 등장한 복잡계(複雜界)라는 화두가 경제학에서도 ‘복잡계 경제학’이란 도전세력으로 뜨고 있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경제학자들이 결성한 미국 산타페 연구소가 중심이다.
이 연구소 핵심멤버인 브라이언 아서교수(스탠포드대)가 수확체증이 일어나는 몇가지 분야를 제시한 이후 ‘효율적인 단 하나의 균형’이란 주류경제학의 개념은 위협을 받고 있다. 초기의 우연성이 몇가지 경로를 거쳐 비효율적 상태로 고착되는 것, 균형이 여러가지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균형으로 돌아가기는 커녕 증폭적인 과정을 거쳐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것 등이 새로운 개념이다.
주류경제학의 분석법은 경제 전체를 부분으로 쪼개 이해한 뒤 전체를 추론하는 ‘데카르트적 사고’에 뿌리를 둔다.
반면 복잡계는 인간을 세포라는 요소로 분해하는 식으로는 절대로 고차원적인 인간같은 생명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못박는다.
주류경제학에도 ‘정보가 불완전하다’는 전제는 반영돼 있다. 그러나 복잡계 경제학은 완전한 정보가 주어지더라도 너무 방대해 이를 활용할 수 없다는 계산능력의 한계를 강조한다.
복잡계경제학은 이에 따라 기업이나 소비자를 ‘극대화의 주체’가 아닌 합리성의 한계에 대응하는 ‘관행들이 모인 주체’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잡계경제학은 요즘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는 ‘진화(進化)경제학’과 깊은 관련이 있다. 소비자와 기업들을 똑같은 ‘극대화 기계’로 보는 주류경제학에 반해 진화경제학은 생물학적 방법론을 도입해 경제주체들간의 이질성과 그들을 차별짓는 습관(관행)의 차이를 강조한다.
주체들간의 차이는 유전적으로 타고나지만 동시에 후천적으로 학습될 수도 있다. 경제주체들의 적응능력과 돌연변이, 즉 혁신의 개념도 포괄하는 것이 진화경제학이다.
이근(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