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송승환씨 대담]"'쉬리' '난타' 로 일본 사로잡겠다"

  • 입력 2000년 1월 3일 07시 44분


강제규(37). 국내 최고 흥행을 기록한 영화 ‘쉬리’의 감독, 동아일보 선정 ‘99 올해의 인물’. 송승환(42). PMC 환퍼포먼스 대표,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의 제작자. ‘문화의 세기’ 초입에 한국 대중문화계의 대표적 ‘흥행사’인 두 사람이 새천년 일본 열도에 상륙한다. 1월 중 ‘난타’(6일)와 ‘쉬리’(22일)가 잇따라 일본에서 공연되거나 상영되는 것.이들의 상륙은 조용필로 대표되는 가요를 제외한 우리 나라 영상 공연 문화의 본격적인 일본 진출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매스컴에서도 ‘난타’와 ‘쉬리’가 화제다. 후지 TV는 ‘쉬리’와 유사한 TV드라마를 제작할 계획이고, 일본의 유명 아이돌 스타인 그룹 ‘맥스’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난타’를 패러디한 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일본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모방 열풍까지 일고 있는 것. 일본 진출을 앞두고 바쁜 두 사람이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강제규= ‘쉬리’ 의 일본 개봉은 한국 영화의 해외 상영 사상 최대 규모여서 국내 개봉 때보다 더 떨립니다.일본 전국극장연합회 회장이 재일교포인데 한국 영화가 일본 전국 150여개 극장에서 개봉된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 하더군요.

△송승환= ‘난타’는 23일까지 서울 정동극장과 일본 도쿄에서 동시 공연됩니다. 같은 작품을 두 개의 팀이 연습해 국내외에서 동시에 공연하는 것인데 국내 공연 사상 처음있는 일이지요. 올해 미국 영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순회공연을 앞두고 있어 첫 무대인 일본공연에 더욱 신경이 쓰입니다.

동경영화제 이후 일본에서 강감독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난타’ 팀도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 참가 이후 NHK와 아사히TV 등 일본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강 "현지반응 한국보다 뜨거워"▼

△강= 동경영화제 이후 약 60회의 ‘쉬리’ 시사회를 가졌고, 매스컴과의 인터뷰도 50회 넘게 가졌습니다. 현지 기자들과 관객의 반응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열렬했습니다.

△송=에딘버러 페스티벌 때도 첫날 밤 스코틀랜드 극장에서 ‘난타’팀을 맞아준 것은 KBS와 MBC도 아닌 일본의 NHK 방송팀이었습니다. 12월에는 ‘난타’팀이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아사히TV의 ‘뉴스 스테이션’과 도쿄TV의 ‘피카소 쇼’(‘하나-비’의 감독 기타노 다케시 진행)에도 출연했습니다.그전 주 출연자가 머라이어 캐리와 마이클 더글라스였으니 이 쇼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인정을 받은 셈이죠. TV 출연 이후 하루 3000장의 티켓이 팔려나가 거의 좌석이 매진된 상태입니다.

‘쉬리’와 ‘난타’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문화상품. 두 사람에게 우리문화 해외수출의 성공전략을 물어봤다.

△송=해외에 소개되는 우리 문화는 항상 한복저고리 입고 부채춤을 추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우선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할 수 있는 보편성과 재미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난타’는 세계시장의 언어 장벽을 뚫기 위해 처음부터 ‘비언어(Non-verbal)’ 퍼포먼스와 무대세트를 최소화한 ‘기동’ 전략을 폈 다음 작품으로는 댄스 곡예 영상 등 비쥬얼한 요소를 강화한 ‘UFO’라는 새로운 비언어 퍼포먼스를 계획 중입니다.습니다.

△강=저도 조감독 시절부터 우리 영화가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하려면 해외로 시장을 확산시켜 나가야한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본격적인 세계시장 공략을 앞두고 ‘쉬리’는 그 중간단계로 선택한 아이템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외국어를 하는 배우를 캐스팅해 미국 본류시장을 겨냥한 작품을 만들 것입니다.

▼송 "문화수출전략 짜야할 때"▼

△송=그동안 우리는 빗장을 걸고 있었지만, 일본문화는 밑으로 새들어왔습니다. 일본은 우리 문화를 막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도, 우리는 변변찮은 문화상품 하나 수출하지 못했습니다. 한일 문화개방 이후 그동안 양질의 일본문화 수입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우리 문화의 적극적인 수출전략을 짜야할 때입니다.

△강= ‘쉬리’가 외국에서도 먹혀들까 하는 회의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쉬리’를 보고 나온 일본인 관객들이 모두 눈물을 훔치며 나오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감정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에게나 비슷하다는 것을요.

오는 10월 미국의 오프브로드웨이 입성을 계획하고 있는 ‘난타’는 공연장마다 한국 음식 페스티벌도 함께 계획 중이다. 홍콩 대만에 이은 일본에서의 ‘쉬리’ 인기 덕택에 촬영지인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문화상품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한 나라의 총체적 이미지를 수출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실례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난타' 브로드웨이 뮤지컬수준 대우… '쉬리' 일본열도 150개 영화관 동시 개봉▼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와 영화 ‘쉬리’의 일본 공연과 개봉은 규모면에서 종래 한국 대중문화의 일본 소개와는 차원이 다르다. 재일교포를 상대로 한 일회성 공연이 아닌, 일본 대중관객을 겨냥한 본격적인 문화상품의 수출이기 때문이다.

‘난타’는 6일부터 도쿄의 아오야마(靑山)극장에서 2주간, 오사카의 드라마 시어터에서 1주간 공연된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주최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협찬하는 이 공연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한일 문화산업 교류를 위한 ‘코리아 슈퍼 엑스포’의 프리(pre) 이벤트행사. 150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8천엔(약 8만원)의 입장료를 받아 브로드웨이 뮤지컬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130만 달러에 일본에 수출된 ‘쉬리’는 22일부터 전국 150여개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된다. 이 개봉관 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수준. 오랜 일본 진출 역사를 지닌 홍콩 영화도 기껏해야 20개 극장 동시개봉이 최대였던 것에 비하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영화로서는 최대규모의 개봉 규모인 셈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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