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은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 작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당대의 뛰어난 시인이자 문장가였으며 탁월한 외교관이자 정치가로 전방위적인 삶을 구가했다. 권력의 양지에서 승승장구하던 광해군 10년, 반역을 도모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아흐레만에 능지처참당한 비운의 인물이었다.
장편소설 '허균 최후의 19일'은 당대의 문제와 온몸으로 부딪치며 저항한 지식인 허균의 비장한 최후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의 삶에 '이상'과 '혁명'이라는 20세기의 꿈을 대입해 한 세기를 보내고 새천년을 맞은 우리들의 '지금과 여기'를 되돌아보게 한다.
절대왕조 체제하에서 '배고픔과도 같은 희망' 하나를 붙들고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꿈꿨던 허균의, 거창하지만 실은 어설프기 그지없었던 혁명 프로그램을 통하여 작가는 지나온 한 시대를 통렬히 반성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지난 80년대 체제 변혁을 열망하며 밤새워 고민했던 소위 386세대 지식인들이 90년대를 힘겹게 버팅긴 기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10년이상 자료를 수집했다고 한다. 당시의 정치 사회사는 물론 문화 풍속사를 망라한 꼼꼼한 취재로 당시 허균과 뜻을 함께 한 포졸들의 이름까지 상세하게 알아냈다.
작가 김탁환은 1968년생으로 '열두마리 고래의 사랑이야기' '불멸 4부작' 문학비평집 '소설중독' '진정성너머의 세계'등을 펴냈으며 건양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